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완화(QE) 축소를 결정하자 금융당국은 19일 오전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금융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필요할 경우 시장안정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양적완화 축소의 부정적 영향 정도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면서도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44차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우리 경제의 양호한 기초체력을 감안할 때 부정적 영향의 정도는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단기적으로 자본 유출입 압력 등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미 연준이 18일(현지시간) 현행 월 850억 달러인 양적완화(QE) 규모를 내년 1월부터 750억 달러로 100억 달러 축소한다고 발표한 것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현 부총리는 또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자산매입 축소 결정에 대한 시장 반응을 점검했다면서, 시장 불안 조짐이 발생하면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신속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은도 미 양적완화 축소 시행에 대응하기 위해 24시간 비상근무를 실시했다. 한은은 이날 오전 8시 소공동 한은 본관에서 박원식 부총재 주재로 통화금융대책반회의를 긴급 개최했다. 박 부총재는 “미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 결정 이후 미국, 유럽의 금융시장이 차분하게 반응했다”며 “시장이 양적완화 축소를 불확실성 해소로 받아들이고 규모도 예상한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 부총재는 “앞으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경계감을 가지고 금융·외환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필요시 적절한 시장안정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위도 이날 오전 8시 30분 미 양적완화 축소 관련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대응방안 마련에 나섰다. 고승범 사무처장은 “미국 FOMC의 양적완화 축소 결정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생각되나 신흥국 자금유출의 확대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단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금감원도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대해 글로벌 시장 및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경기회복에 따른 국채금리 상승, 글로벌 달러화 강세 및 엔화 약세 등이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미국이 테이퍼링(통화량 축소)를 단행하면 신흥국 주식시장이 손해를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창용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서울 콘퍼런스에서 “미국 주식시장은 이익을 보겠지만 신흥국 주식시장은 손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양적완화가 아시아의 금리와 환율에 미친 영향을 회귀분석한 결과 1차 양적완화(QE1)는 아시아로 자본유입을 촉진시켰다고 평가했다. 반면 2차, 3차 양적완화는 자본유입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특히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통화공급을 늘리는 ‘아베노믹스’ 정책이 테이퍼링 효과를 상쇄시킬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이어 “양적완화가 축소되면 단기적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져 시장 조정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금융시장 변동성을 줄이려면 자본유출입을 통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