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세가격이 매매가의 '턱 밑' 수준까지 치솟았다. 현재 수도권에서 전세가율 80%를 넘는 아파트 물량은 23만 가구로, 서울 전체(126만4674가구)의 1.7% 수준이며 경기에선 전체(202만3375가구)의 10.2%에 달한다.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 중 2만3450가구에 불과했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80% 초과 단지가 올해는 10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작년에 한 채도 없었던 인천에서도 올 해 전세가율이 80%를 넘는 아파트가 4046가구나 나왔다.
20일 'KB부동산 알리지'에 따르면 수도권 전세가율은 11월 말 기준 62.1%를 기록해 집값 급등기였던 2000년 초반 수준을 상회했다. 전국 전세가율은 66.4%로 지난 2002년 10월(66.2%) 이후 최고 수준이다.
실제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이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올해 4분기 서울 매매가는 3.3㎡당 1551만원으로 2011년 4분기(1686만원) 대비 135만원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전셋값은 805만원에서 914만원으로 뛰었다.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구입한다고 가정할 때 2011년에는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는 데 3억원가량이 필요했지만 현재는 2억1200만원 정도면 된다.
통상 비수기로 불리는 연말이지만 전셋값 상승기조는 유지되고 있다.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지난 16일 기준 수도권 전셋값은 서울, 인천, 경기의 오름폭이 일제히 확대되며 전주 대비 0.26% 상승했다. 서울은 35주 연속 상승한 가운데 강북(0.32%)과 강남(0.35%) 모두 지난주에 비해 오름폭이 확대됐다.
과거에는 전세가격이 올라 매매가와 전세가 격차가 어느 특정 시점까지 좁혀지면 매매수요가 늘었다. 전세를 안고 구입할 경우 비교적 작은 자금으로 집을 매입할 수 있었고 대출을 끼더라도 집값이 오를 경우 '남는 장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현저히 떨어진 상황인데다 경기도 불안해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수요도 별로 없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전셋값 오름세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전세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서 상승폭은 다소 둔화하더라도 전세가격 강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