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일 취임식을 가진 김진태 검찰총장의 취임사 중 일부다.
최근 주식시장에선 새삼 김 총장의 취임사가 화제다. 범죄행위만을 제재의 대상으로 삼고, 환부만을 정확히 도려내겠다는 발언에 박수를 보낸 것이다. 박수를 치는 이면에는 박근혜 정부가 펼치고 있는 작전세력과의 전쟁이 내심 못마땅하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다.
검찰에서는 금융사건을 전담으로 하는 금융조사부가 있지만 넘쳐나는 주가조작 관련 사건에 증권합동범죄수사본부가 차려졌고, 금감원과 증권거래소는 불공정거래 감시와 조사 인력을 대대적으로 확충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수사권까지 거머쥐었다.
경제민주화를 내건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는 주식시장의 불공정행위를 바로 잡고자 나선 것은 당연하다. 그 어느 누구도 이에 토를 다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과정과 방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주식시장을 살리기 위한 명분으로 시작된 일들이 실제로는 역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전업투자자는“증시 침체로 손해를 보는 것도 힘들지만 주가조작 범죄자로 쳐다보는 시선이 더 참기 힘들다”고 푸념했다.
한 코스닥 상장사 대표는“코스닥 기업의 주가조작이나 횡령사건 등이 언론에 대서특필될 때마다 주변에서‘당신은 괜찮냐’는 질문을 받는다”며“이럴 때마다 회사를 접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코스피는 지수 20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의 체감지수는 1000이다. 코스닥은 물론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코넥스 시장도 활기를 잃은 지 오래다.
코스닥시장에 상장 준비를 하려던 기업들은 상장을 잇따라 철회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증시침체 등의 영향으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상당수의 직원들은 길거리로 내몰리게 될 처지다. 거래가 줄어들면서 거래세 등의 세수도 큰 폭으로 줄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관련 부처마다 작전세력과의 전쟁을 성과 위주로 하다 보니 증시에 대한 인식만 나빠지고 투자심리도 냉랭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적발건수 등 성과에 대해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19일 합수단은 출범 후 7개월 동안 증권범죄 사건 29건을 수사해 126명을 기소했다. 합수단 출범 후 금융감독원의 ‘불공정거래사건 처리건수’가 지난해 대비 31% 줄어드는 등 자본시장 정화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불공정행위에 대한 안내와 예방 활동은 찾아보기 힘들다. 언제나 예방 활동을 강화하고 투자자 교육을 통해 불공정거래에 대한 피해를 사전에 막을 것이라는 똑같은 말만 내놓을 뿐 제대로된 예방활동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작전세력과의 전쟁은 조용히 하는 게 맞다. 그래야 증시도 살리고 작전세력도 척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