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공기업 경쟁체제’… 의구심 불식에 한계

입력 2013-12-24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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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노정갈등으로 비화된 올해의 철도파업은 그 결과와 상관없이 박근혜 정부식 ‘대처리즘’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현 시점에서 여론의 풍향을 보면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확인했음에도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는 눈길이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문제가 꼬이게 된 것은 정부가 내 놓은 ‘공기업 경쟁체제’의 개념 자체가 모호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쟁체제의 간판은 일본 철도가 그렇듯 아무래도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경쟁이나 민 대 민의 경쟁을 떠올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같은 사업 분야에서 또 다른 공기업을 만들어 기존 공기업과 경쟁하게 한다는 철밥통과 비효율이 줄기는 커녕 오히려 배가 될 것이란 인상을 줄 수 밖에 없다. 결국 국민이 납득할만한 정부의 설명과 설득이 부족해 그만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실제 정부가 제시한 ‘경쟁체제’와 관련해서는 전문도서나 논문을 찾아보기 어렵다. 가장 가까운 전문자료가 있다면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과거 독일식 철도개혁 사례에 대해 언급한 논문이다. 정부도 독일을 성공 사례로 든다. 그런데 최 사장은 당시 논문에서 이 사례를 ‘독일식 철도 민영화’라고 지칭한 바 있다.

이번 사안는 몇 가지 면에서 박근혜 정부의 특징적인 면과 연결된다. 우선 철도 경쟁체제 도입정책의 청사진이 분명하지 않아 ‘민영화 중간 단계’ 등의 혼선이 빚어지는 모습은 정권 출범 초기 ‘창조경제’ 용어로 혼란을 빚은 상황과 유사하다.

또 정부가 ‘민영화’라는 단어 자체에 극도의 거리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지난 8월 ‘중산층 증세 논란’을 빚었던 세제개편안을 떠올리게도 한다. 전후 맥락상으로도 박근혜 대통령이 프랑스 방문 당시 ‘공공부문을 개방하겠다’고 연설한 부분이나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국회에서 “공공부문이 운영하기 부족하면 결국 민간이 들어와야 하지 않느냐”라고 발언한 일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일각에서는 ‘기왕 공기업 개혁을 할 거라면 솔직하게 민영화 필요성을 공론화하자’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공기업 경쟁체제와 같은 어정쩡한 방식보다는 민영화가 필요한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에 대해 분명하게 논의한 뒤 이번 기회에 선을 그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경제원 최승노 사무총장은 “정부는 여러 차례 공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해왔지만 사실 공기업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공기업보다 민간이 더 잘하는 분야는 신속하게 민영화를 추구하고 민영화가 어려운 공기업은 가급적 시장원리에 충실할 수 있도록 경영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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