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증시 총정리] 증권업계, 수익 반토막 인력·지점 구조조정 ‘악!’ 소리났다

입력 2013-12-2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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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개사 당기순익 2516억 62% 떨어지고 우투·현대·동양 등 매물로

▲우리투자증권 노동조합 회원들이 지난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에서 우리금융 증권계열 부적격 인수후보 배제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손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올해 증권업계는 거래대금 위축에 따른 수입 급감과 업황 침체로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떠나며 위탁매매 수수료 수입에 의존하던 증권사 수익은 반토막이 났고, 자연스럽게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의 주문 실수로 투자자들의 신뢰마저 금이 갔다. 또한 국내 자산규모 10위 증권사 가운데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 동양증권이 매물로 나와 증권업계의 새판 짜기도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상 최악의 불황, 여느 때보다 다사다난한 해를 보낸 2013년 증권업계를 돌아본다.

◇증권사 수익 반토막 =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부터 이달 10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된 일평균 주식은 7조4245만 주로, 거래대금은 5조9257억원이다. 일평균 주식 거래량은 8년 만에, 거래대금은 7년 만에 최저치다. 증권사들의 수익도 반토막이 났다. 중개수수료, 즉 브로커리지 수익은 증권사 매출의 30~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올해 상반기(4~9월) 62개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251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반토막을 넘어선 62.6%나 줄었다. 주식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매매 수수료에 의존하고 있는 증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올해 증권사엔 악재가 겹쳤다. 상반기 미국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불거지면서 금리가 급등, 대규모 채권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 올 4~9월 국내 자기자본 이익은 1조764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4% 감소했다.

증권사 수입 급감은 자연스럽게 증권업계 구조조정으로 이어졌다. 상반기 삼성증권을 필두로 조심스럽게 시작된 인력감축은 하반기 들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동양그룹 사태를 겪은 동양증권은 물론 한화, 신한금융, 유진, SK, KTB투자증권 등도 희망퇴직과 연봉삭감을 진행 중이다.

주요 10대 증권사의 9월 말 기준 직원 수는 2011년 9월말보다 1735명이 줄어든 2만4703명에 불과한 수준이고, 증권사 지점 수는 1500여개로 2011년 대비 300여개 줄었다.

▲현대그룹이 현대증권 등 금융 3사 매각 등 고강도 자구안을 추진해 3조3000억원대의 자금을 확보한다는 방침을 지난 22일 발표했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계열사를 매각해 금융업에서 철수할 방침이며, 7000억원에서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현대증권 본점의 모습. 뉴시스
◇‘주문실수’ 중소 증권사 잔혹사 = 특히 중소형 증권사들의 잔혹사가 지속됐다. 올해 1월 KB투자증권은 코스피200 지수선물 시장에서 주문 실수를 내 200억원가량의 손실을 봤다. 고객사인 홍콩계 헤지펀드 이클립스가 실수로 KB투자증권을 통해 16조원에 달하는 선물 주문을 한꺼번에 쏟아냈기 때문이다.

지난 6월에는 KTB투자증권이 선물거래에서 매수와 매도 주문을 반대로 내 100억원대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12일에는 한맥투자증권이 코스피200지수 옵션 거래에서 주문 사고를 내 한국거래소가 결제 금액 570억원을 대신 납부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한맥투자증권은 이번 사태로 사실상 파산선고를 받았다.

증권가에서는 ‘옵션’이라는 상품이 가진 특성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레버리지, 즉 적은 돈으로도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특히 중소형 증권사들이 주를 이룬다는 것이다. 게다가 옵션 거래를 하는 대다수 증권사들이 고유 계정, 즉 위탁이나 신탁 자금이 아닌 회사 자본을 갖고 거래하기 때문에 수익이 나면 그대로 회사 실적으로 이어진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검찰로 소환된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동양증권 피해자들이 손푯말을 들고 피해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증권업계 새판 짜기 가속 = 업황 불황이 지속되며 증권업계 새판 짜기도 가속화됐다. 현대그룹이 22일 현대증권을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자산규모 10위 증권사 가운데 우리투자증권 , 현대증권, 동양증권 등 세 곳이 매물로 나온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24일 이사회를 열어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매각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동양사태로 인해 매물로 나온 동양증권도 법원의 조기 매각 허용에 따라 매각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형 증권사 외에도 아이엠투자증권과 이트레이드증권, 리딩투자증권 등 10여개 중소형 증권사들도 M&A를 기다리고 있다.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가 통합하는 내년 7월 이후에는 KDB대우증권도 매각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에선 M&A가 이뤄지기만 하면 증권업계 판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27조원에 가까운 막대한 자산을 가진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면 단숨에 업계 1위 증권사로 부상할 수 있다. 현대증권이나 대우증권 등도 자기자본이 3조원을 넘어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로 지정된 상태인 만큼 인수자는 선두권 진입이 가능해지고, 여타 소형사들도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우면 중견업체로 올라설 수 있다.

◇외국인 최장기 순매수·삼성전자 영업익 10조·코넥스 개장도 = 최악의 시기를 보낸 2013년 증권업계에도 훈풍이 깃든 날이 있었다. 올해 코스피에서는 외국인이 역대 최장기 순매수 기록을 세우며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궜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8월 23일부터 10월 30일까지 44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보이면서 이 기간 동안 13조9000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존 외국인 최장기간 순매수 기록은 1998년 1월 20일부터 3월 3일까지 34일간이었다. 당시 순매수 규모는 3조2500억원에 불과했다. 외국인은 올해 상반기 뱅가드펀드의 벤치마크 변경에 따른 불확실성이 제거된 이후 국내 증시를 본격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외국인은 위축된 거래 탓에 한동안 국내 증시 움직임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증시의 바로미터인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돌파하며 증시에 훈풍을 불어넣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실적 공시를 통해 지난 3분기 영업이익 10조1600억원, 매출 59조83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할 때 영업이익은 26.1%, 매출은 13.2% 각각 증가한 수준이다.삼성전자는 4분기에도 실적 증가세가 이어지며 10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도 지난 7월 1일 정부가 자본시장을 통한 초기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코넥스(KONEX:Korea New Exchange) 시장을 개장했다. 코넥스는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지 못한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장된 중소기업 전용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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