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태권도 세계화의 딜레마- 오상민 문화부 기자

입력 2013-12-2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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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태권도는 노골드로 부진했지만 글로벌 스포츠로서의 태권도 위상은 높아졌다.”

지난 16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에서 끝난 제1회 월드 태권도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 대한 외신들의 반응이다. 참으로 이기적인 분석에 안타까운 착각이다.

한국은 태권도의 세계화와 올림픽 정식종목 유지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960년대부터 세계 각국에 지도자를 파견하며 국기 태권도를 알렸고, 재미있는 태권도를 표방하며 룰 개정과 채점제도 변경을 시도했다.

그러나 전통 무예의 변질과 지나친 상업화는 피할 수 없었다. 태권도는 스포츠이기 전에 무도다. 무도는 기술을 통한 철학적 정신 추구와 교육적 차원의 수련을 목적으로 한다. 경쟁과 상업화가 목적인 스포츠와는 기본적으로 다르다.

한국 태권도가 세계화 추진에서 내세운 것도 바로 고유 무도로서의 독창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태권도는 무도의 기본은 등한시한 채 영리 추구와 상업화에만 혈안이다. 태권도 사범 중 상당수는 아예 무도인임을 포기했다. 반면 일본은 검도의 전통과 무도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도 포기했다. 지나친 보급과 확산으로 인한 무도의 퇴색을 막기 위해서다. 다소 현실적이지 못한 장비(도복)는 무도정신을 고집하는 일본 검도인의 자존심이다. 세계화와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으로 변질된 무도를 끌어안은 우리 태권도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올해 초에는 한 태권도 관장이 ‘자신의 아들과 제자들이 오랫동안 편파판정 피해를 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무도의 변질과 상업화로 인해 발생한 오랜 병폐 탓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종목이 유지된다는 보장도 없다. 무도의 탈을 쓴 스포츠 태권도의 세계화 전략은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 노골드 수모를 당하고도 세계인의 눈치를 봐야 하는 비정상정인 세계화 추진에 우려가 앞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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