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사료비 내리고 품질 높이다… 농식품 부산물을 활용한 한우고기

입력 2013-12-27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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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와 연구자가 함께 만드는 현장농업 이야기 34

한국 사람들은 유난히 한우를 좋아한다. 외식이나 회식 자리에서도 한우는 인기 만점이다. 예나 지금이나 국민들의 한우 사랑은 변함없지만, 사육농가들의 수익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사료비 상승, 쇠고기 수입량 증가, 축산물 가격 하락 등으로 경영난은 계속 가중되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2012년부터 한우 선도 농가와 함께 농식품 부산물을 활용한 ‘섬유질 배합사료(TMR 사료·Total Mixed Ration 사료) 및 고급육 생산’ 연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농식품 부산물 사용으로 경영비 절감효과를 가져와 ‘소값 하락’과 ‘사료비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극복하고 농가의 소득을 증가시키는 것이 이 사업의 목적이다.

▲환경과 육질까지 살리는 이상적인 프로젝트

국립축산과학원은 한우 사육 농가의 사료비 절감과 고급육의 안정적 생산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농식품 부산물을 이용한 섬유질 배합사료 기술개발 연구’를 현장 농가에 접목시켰다. 섬유질 배합사료는 농식품 부산물을 활용하기 때문에 분리급여(농후사료+조사료)에 비해 제조 원가가 월등히 낮다. 또 버려지는 농식품 부산물을 활용함으로써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국립축산과학원 오영균 연구관은 “환경문제가 중요한 시기에 농식품 부산물 활용과 함께 수입사료 대체효과까지 거둘 수 있는 친환경 녹색기술”이라며 이번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섬유질 배합사료는 농후사료를 지나치게 섭취해 발생하는 영양 불균형 문제를 사전에 방지한다. 기존 분리급여와 달리 농후사료와 조사료를 동시에 배합함으로써, 균형 있게 영양을 공급해 출하체중과 1등급 출현율을 높일 수 있다. 경남 진주 삼솔농장의 한기웅 농가는 본 사업의 중요성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섬유질 배합사료는 소의 편식을 없앱니다. 소는 후각이 발달해서 배합사료를 많이 먹고 조사료는 적게 먹으려고 하는데, 이 둘을 섞은 후 숙성해서 주기 때문에 골고루 먹일 수 있습니다. 이는 한우 품질 향상에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농장과 한우 특성에 따라 맞춤형 사료 생산

한우는 성장단계별로 필요한 영양소가 다르고, 농식품 부산물 역시 종류별로 영양소 함량이 다르다. 국립축산과학원은 농식품 부산물의 사료 가치를 정확히 분석한 후, 농장의 특성과 성장단계를 고려해 배합비를 조정하고 세분화된 매뉴얼을 농가에 보급했다. 현장 적용성이 매우 높고 최적의 영양을 공급할 수 있는 체계적인 사료 급여체계가 구축된 것이다.

경북 봉화의 석희동 농가는 2008년부터 섬유질 배합사료를 구매하여 급여해 왔으나 출하체중이 작아 소득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2012년 본 사업에 참여한 후 국립축산과학원의 고급육 사양 프로그램에 따라 섬유질 배합사료를 급여하고 있다. 현재 석희동 농가는 소의 성장 단계나 상태에 따라 육성기, 비육전기, 비육중기, 비육후기로 구분하여 총 4종류의 사료를 배합하고 있다.

경남 진주의 한기웅 농가 역시 국립축산과학원의 매뉴얼에 따른다. 깻묵, 미강, 소맥피, 옥수수, 단백피, 보리, 버섯배지, 비지 등을 혼합한 다음 비타민과 미네랄, 소금, 석회, 따로 배양한 미생물, 당밀을 넣고 다시 섞은 뒤 조사료를 투입한다. 여름철에 3~4일, 겨울철 5~7일간 발효시킨 후 급여하는 방식이다. 소의 성별 및 성장 단계에 따라 5종류의 섬유질 배합사료를 급여하고 있다. 농가가 관련 기술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어 그 성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농식품 부산물 수급 문제 해결, 고기 등급 상승

경남 진주 한기웅 농가<사진>는 조사료 재배로 시작해 섬유질 배합사료 급여에 성공하기까지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초기 조사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겨울 휴경지 70ha에 직접 농사를 지어 전량을 확보하고 있다. 직접 키운 무농약 작물에 화학항생제 대신 미생물을 섞어 만든 친환경 사료로 한우를 키운 한기웅 농가는 품질 경쟁에서 자신 있다고 말한다.

경북 봉화 석희동 농가 역시 농식품 부산물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주로 산악 지역이어서 인근에 농식품 부산물을 가져올만한 농가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경기 안성, 경북 청도 등지에 수급처를 마련해 부산물을 가져오고 있다.

오영균 연구관은 “미강이나 깻묵, 버섯 부산물, 비지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농식품 부산물을 활용해 농가에서 직접 사료를 만들어 먹일 경우, 사료비를 10~25%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료비는 절감, 고급육 출현율은 급성장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기술지원 덕분에 긍정적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한우 사육 농가의 큰 난제였던 사료비의 절감 효과가 두드러졌다. 한기웅 농가는 사료비를 40% 절감했고, 타지에서 부산물을 가져오는 석희동 농가도 10% 절감 효과를 보았다.

품질 향상도 뒤따랐다. 본 사업에 참여한 농가는 대부분 이전부터 자체 생산하거나 주변에서 조달한 농식품 부산물을 활용해 섬유질 배합사료를 급여해 왔으나, 배합 비율이 과학적이지 못해 품질 향상 효과를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 하지만 본 연구사업에 참여한 결과, 한우의 출하체중이 늘고 고급육 출현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결과를 얻었다. 한기웅 농가의 경우, 사업 이전에 1++등급 고급육 출현율이 3.8%에 머물렀으나, 1차년도인 2012년 62.5%로 크게 향상되었다. 2013년에는 9월 기준으로 1++등급의 출현율이 52%를 기록하고 있다. 연말까지 27마리가량 추가 생산 예정이어서 출현율은 지난해보다 더 높아질 전망이다.

▲한우 축산 악조건, 신기술로 극복 가능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의 한우에 대한 선호도는 수입육에 비해 높다. 수입 쇠고기에 비해 마블링이 우수하고 고급육으로 인식되어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것이 수입 쇠고기에 비해 가격 경쟁력은 밀리지만, 품질 경쟁력이 월등히 높은 이유다.

현 소비형태가 변하지 않는다면 한우의 시장성은 여전히 살아있으며, 생산비를 줄일 수 있는 섬유질 배합사료 공급은 현 한우 사육 농가가 직면한 사료비 상승에 따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활로가 될 수 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축산 농가에 농식품 부산물을 활용한 섬유질 배합사료 제조기술을 적극 보급해 나갈 계획이다. 홈페이지에 본 연구사업에 활용한 섬유질 배합사료 배합비가 한우의 성별 및 성장 단계에 따라 잘 소개돼 있다. 앞으로 농식품 부산물의 사료화가 보편화된다면, ‘저비용 고품질의 한우 생산’ 환경 조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농식품 부산물을 활용한 한우고기 생산 수익 모델에 관심 있는 농가는 국립축산과학원 오영균 연구관(031-290-1665)에게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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