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미생물과 봉독으로 친환경 돼지를 키운다!

입력 2013-12-27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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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와 연구자가 함께 만드는 현장농업 이야기 38

정부는 지난 2011년 7월 친환경 축산정책의 일환으로 사료첨가용 항생제 사용을 금지했다. 그러나 이 조치가 항생제 사용에 익숙한 축산 농가에게는 고민거리가 되었다. 오랫동안 화학항생제에 의존해오다 보니 친환경 항생제로의 전환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국립축산과학원은 축산 농가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면역력 증진에 효과가 있는 천연항생제를 찾았다. 그 결과 ‘미생물’과 ‘봉독’(일벌의 독낭에 저장되어 있는 물질)이 유효한 대체제라는 결론을 얻었다. 2012년 3월. 미생물 및 봉독을 활용한 항생제 저감 돼지고기 생산을 위한 ‘현장접목 연구사업’이 시작되었다.

▲효과 입증된 미생물과 봉독 농가에 보급

국립축산과학원은 현장 접목에 앞서 돼지의 면역력 증진 효과가 있는 돼지전용 미생물 ‘유산균’과 ‘바실러스’, ‘효모’ 등을 실제 돼지에 급여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일당증체량이 8% 증가하고 출하일령은 6일 감소했다. 특히 항생제를 사료에 첨가했을 때보다 미생물을 급여할 때 일당증체량이 4% 증가해 항생제 대체효과를 입증했다.

봉독은 일반적으로 페니실린의 1,200배 이상의 살균작용과 소염작용, 진통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봉독을 잘 활용할 경우 방역 약품비를 절약하고, 돼지의 항생제 스트레스를 줄여 MSY(Marketted-pigs per Sow per Year, 모돈 두당 연간 출하두수)를 증진시킬 수 있다. 또한, 주사기 형태로 농가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게 제작되어, 기존에 벌을 직접 손으로 집어 침을 쏘는 방식에 비해 노동력도 절감할 수 있다.

국립축산과학원 이상철 연구관은 “미생물을 사료에 첨가하고, 봉독 주사를 놓는 방식으로 면역력이 기대 수준만큼 오를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라며, 기존 항생제 사용 돼지보다 품질을 높여 농가 소득증대에 이르게 하는 것이 본 연구의 최종목적”이라고 말했다.

▲농가에서 더 잘 활용한 천연항생제 기술

국립축산과학원은 ‘신기술 보급’과 ‘농가 소득증대’ 두 가지 목표로 전북 군산 지역과 경기 이천 지역 농가에 미생물과 봉독 기술을 보급했다.

2012년 봄, 군산 지역 농가에 ‘미생물을 활용한 항생제 저감 사양관리 기술’이 보급됐다. 돼지 사육 시 활용할 액상미생물을 공급했고, 사양관리 설계와 농가교육을 진행했다. 음수정밀 투약기와 물 급여기 교체(닙플)를 통한 미생물 활용 확대, 발효사료 품질검사 등 연구과제도 수행했다. 농가는 현장접목기술을 100% 활용할 뿐만 아니라 매실 진액을 음수로 활용하는 등 창의적인 실험을 하기도 했다.

같은 시기, 이천 지역 농가에는 ‘봉독을 활용한 항생제 저감 사양관리 기술’이 접목됐다. 국립축산과학원은 보관방법 기술 지원과 주사량 및 주의사항 교육을 실시했다. 정제봉독 주사액 희석 방법, 모돈 분만 전후 봉독 주사 시기 등 농가들이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내용 중심이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미생물 발효사료를 제조할 때는 신선하고 활력이 좋은 미생물을 선택해 위생적으로 만들어야 좋은 발효사료가 될 수 있다”며 “발효과정에서 오염이 된 사료를 급여하면 효과를 볼 수 없다”고 당부했다.

▲미생물 사료와 봉독 주사

봉독 주사는 어미돼지인 경우 분만 1일 전이나 분만 당일에 봉독 희석액을 주사하고, 아기돼지는 태어난 다음날, 젖 떼기 직전이나 생후 21일쯤 지났을 때 주사하면 된다.

전북 군산 오성남 농가와 최희오 농가는 국립축산과학원 지시대로 봉독 주사를 활용했고, 부작용 등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폐사율이 점점 줄어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미생물 발효사료는 미강 또는 일반 배합사료 1kg에 물 0.3ℓ, 미생물 0.01ℓ를 섞어 28~30℃의 온도에서 2∼3일 정도 발효시켜 만들어 어린돼지는 0.5%, 큰 돼지는 1% 정도 일반 배합사료에 섞여 먹이면 된다.

경기 이천의 전정규 농가와 홍봉식 농가<사진>는 보급받은 미생물을 사용하면서 기존 사료에 뿌리던 항생제를 30% 정도 줄였다. 사육 돼지들로부터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분뇨 냄새가 현저하게 줄어드는 효과를 얻었다.

▲MSY 두드러진 성장, 폐사율감소, 매출액 증가

현장 접목 첫해인 2012년부터 뚜렷한 성과가 나왔다. 군산 지역 농가의 미생물 발효사료 처리 후 사료비가 이전보다 9.3% 감소했고, 분변량도 10% 감소했으며, 출하일령은 10일 단축되었다. 이천 지역 농장은 사료비가 ‘사료값 상승’이라는 시장 상황으로 증가했으나 방역비는 이전과 비교해 15.6% 감소했다. 출하일령은 3일 단축되었다. 두 지역 모두 기술 적용 이후 생산성이 평균 6.8% 상승했다. 특히 군산 지역 농가는 생산비를 평균 16% 절감하는 성과를 올렸다.

기술이 정착한 2013년은 성과가 더 좋았다. 특히 MSY 향상률이 두드러졌다. 군산 지역 농가의 평균 MSY는 17.8, 이천 지역 농가의 평균 MSY는 20.5를 기록했다. 폐사율도 군산 지역 농가는 11.6%로 약 0.45배 감소했으며, 이천 지역 농가는 11.1%로 0.42배 감소했다. 매출액은 전년 대비 평균 23.7% 증가했고, 두당 비용은 8.2% 감소했으며, 육질 향상도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천연항생제 활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

“미생물과 봉독을 활용한 친환경 돼지고기 생산은 농가의 욕구와 관심을 자극할 만한 충분한 요소를 갖추고 있습니다. 앞으로 농가들 사이에서 항생제 대체제를 이용해 안전하고 품질 높은 돼지고기를 생산하려는 노력이 계속될 겁니다.”

이천 지역 홍봉식 농가의 말처럼 친환경 축산은 양돈 현장에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농가의 소득이나 경쟁력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축산 선진국은 이미 다양한 연구를 통해 항생제 대체제를 활용하고 있다. 일본은 11종을, 미국과 EU는 각각 40여 종과 48종의 생균제를 농가에 보급했다. 미국은 생균제가 가축의 생산성 및 사양 환경에 미치는 영향부터 축산물의 안전성과 섭취하는 사람의 영양 상태에 이르는 전반적인 연구를 진행할 정도다. 국내에서도 미생물과 봉독 같은 항생제 대체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은 국내 양돈 농가 10%가 미생물을 급여하면 폐사 감소로 인한 생산성이 연간 92억 원, 사료비 절감 효과는 연간 120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미생물과 봉독을 중심으로 한 항생제 대체제 활용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미생물 및 봉독을 활용한 항생제 저감 돼지고기 생산에 대해 관심 있는 농가는 국립축산과학원 이상철 연구관(041-580-3457)에게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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