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생각, 새로운 시작.’
한동우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내건 2014년도 경영 슬로건이다. 지난달 연임에 성공한 한 회장은 2기 체제 출범에 앞서 가장 크게 고민한 키워드는 ‘창조적 금융’과 ‘따뜻한 금융’이다.
한 회장은 “두 키워드는 금융회사가 본업을 하는 데 있어 기존의 고정관념을 벗어던지고 ‘고객이 성공해야 회사도 성공한다’는 기본정신을 바탕으로 한다”며 “(2기 체제에서) 무엇인가 다른 생각을 해보자는 것에서부터 출발하자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 회장은 올해 경영 전략으로 내세운 세부 사업 전략도 같은 맥락으로 구성했다. 한 회장은 “저성장, 고령화 등 사회경제적 변화로 인해 금융산업에 대한 고객 니즈가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며 “이 같은 환경 변화에 맞춰 금융산업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제도와 시스템적인 모습으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집권 2기 한 회장 색깔 찾기 본격화 = 한 회장은 지난 3년간 큰 부담으로 작용해 왔던 신한사태가 마무리됨으로 인해 집권 2기 원년인 올해는 기존과 다른 경영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한 회장의 자기 색깔 내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회장은 연임 직후 세대교체에 초점을 맞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신한은행 부행장이 상당수 교체됐고 최초의 여성 임원도 선임됐다.
한 회장은 “성과와 능력 위주의 인사 원칙에 따라 현재의 금융환경을 극복하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경영진을 발탁했다”며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젊고 능력 있는 인재들에게 비전을 제시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사업 전략에는 한 회장이 제시한 창조적 금융과 따뜻한 금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 회장은 올해 주요 사업 전략으로 수익률 제고를 위한 창조금융 실천과 따뜻한 금융이 일선 현장까지 내재화돼 고객들이 느낄 수 있도록 보다 체계적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고령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과 현지화를 통한 글로벌시장 개척에 역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스마트 환경을 고려한 혁신적인 채널 개발과 전략적인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성의 체질을 바꾸려는 노력도 추진한다.
◇ “미래를 함께하는 따뜻한 금융” = 한 회장은 지난 2011년 취임과 동시에 따뜻한 금융을 신한금융의 미션으로 제정해 금융 본업을 수행하는 데 있어 고객의 관점에서 모든 것을 바꾸고자 노력해 왔다. 한 회장은 “따뜻한 금융이란 미션을 바탕으로 처해진 금융환경에 맞게 창조적인 생각으로 본업에 임하자는 의미로 창조적 금융이 탄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 회장이 말하는 창조적 금융은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맞춰 ‘조달’에 비해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커진 ‘운용’부문의 역량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고객이 맡긴 자산을 잘 불려주고 더불어 자체 운용자산을 잘 운용하자는 의미다.
이를 위해 그는 “자금과 투자가 필요한 고객과 기업들에게 적재적소에 제공함으로써 국가경제가 함께 발전하는 상생의 경제를 실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회장은 이어 “지난 3년간 추진해 온 따뜻한 금융이 일선 영업현장까지 내재화돼 고객들이 느끼실 수 있도록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해 신한의 새로운 융성기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며 “이를 위해 '금융의 본업을 통해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그룹의 미션으로 다시 돌아가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확실한 금융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객과 사회로부터 신뢰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한 회장의 지론이다.
◇ 올해 금융시장 화두… 美 출구전략 파급 효과 = 한 회장은 올해 글로벌 경제는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지만 지역별로는 회복 수준에 편차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회장은 “미국은 통화재정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아직 남아있지만 고용 및 주택시장 개선으로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되고, 유로존은 독일 등 핵심국가의 회복세에 힘입어 그간의 마이너스 성장세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일본은 아베노믹스 효과로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2014년에는 소비세율 인상 등으로 성장 모멘텀이 다소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기존의 양적 성장 전략에서 질적 성장 전략으로 전환을 시도하면서 성장 속도가 이전보다는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 경제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이후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는 하지만 소비와 투자 등 내수 회복세가 아직 견고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한 회장은 “조선 및 건설 등 한계 기업산업군의 부실화 문제, 엔화 약세 우려, 가계부채 부담 등 대내외 위험 요인이 여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 회장은 올해 우리 경제는 전년(2.7%)보다 다소 높은 3% 초중반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 회장은 올해 국내 금융시장의 가장 큰 화두로 미국의 출구전략 속도와 이에 따른 파급 효과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결정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상 유례 없이 지속된 선진국의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정상화시키는 조치라는 데 의의가 있다”며 “미국 양적완화 축소 등 출구전략은 경제 회복을 전제로 진행되므로, 대미 수출 증가 등 긍정적인 요인도 있지만, 외국인의 자금이탈에 따른 국내 주가하락, 금리상승, 원화가치 약세 등이 나타날 가능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