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무차별적 ‘돈 풀기’ 시대가 점진적으로 마무리되고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점차 강화되면서 달러 가치 상승흐름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 1월 자산매입 프로그램 규모를 현행 월 850억 달러에서 750억 달러로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올해 하반기까지 점진적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도 예고한 바 있다.
연준이 테이퍼링 착수를 공표하자 달러·엔 환율은 104엔대를 돌파해 지난 2008년 10월 이후 5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겐고 스즈키 미즈호증권 수석환율전략가는 “미국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거의 사라지면서 달러에 대한 매수세가 커졌다”면서 “개인적으로 미국의 경기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실업률은 7%로 지난 5년래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예상을 웃도는 개선세를 보인 데 이어 지난해 12월 20일 발표된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도 기대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미 상무부는 작년 3분기 GDP 성장률 확정치가 전 분기 대비 연율 4.1%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수정치와 시장 전망치인 3.6%를 웃돈 것은 물론 2011년 4분기 이후 2년여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특히 일본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포함해 주요 선진국이 연준과 달리 기존 부양책을 유지하면서 일본과 유로존 통화가 올해 전반적 하향세를, 달러는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마이클 드팔라 알리안츠 번스타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2014년에는 달러화가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승자가 될 것”이라며 “달러화 이 외에 10개 주요 통화 가운데 큰 폭의 상승세를 기대할 수 있는 통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준의 테이퍼링과 미국 경기회복세가 달러 가치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연준의 양대 목표 중 하나인 물가가 아직 안정세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준은 ‘물가와 고용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벤 버냉키 의장은 양적완화 축소 예정 발표를 통해 “최근 저조한 인플레이션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면서 “필요하다면 연준은 선제적 안내(forward guidance)를 강화하거나 자산 매입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