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현 “계산하지 않고 의도되지 않은… 삶을 보여주는 연기 하고싶어” [배국남이 만난 스타]

입력 2014-01-03 11:08 수정 2014-01-0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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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현. 사진=뉴시스
그의 포스가 남다르다. 2014년 새해 벽두인 1월 4일부터 방송될 KBS 대하사극 ‘정도전’ 티저 영상의 짧은 등장에도 강력한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일상에서 만나면 소탈한 아저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그가 무대에, TV 화면과 스크린 속으로 들어가면 강렬한 비범을 발산한다. 영화, 드라마, 연극 등 다양한 무대에서 팔색조 연기를 선보일 뿐만 아니라 행정가로서의 면모도 보이고 있는 그가 대하사극 주연으로 시청자와 만난다. 조재현(49)이다.

연극 ‘그와 그녀의 목요일’에 출연하고 있는 조재현을 서울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에서 최근 만났다.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라고 하는 것은 많은 부분을 배우가 이끌어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편집도 없고 매회 관객과 분위기가 다른 연극무대에선 배우가 많이 힘들지만 그만큼 연기자로서 존재감과 보람이 큽니다. 그래서 연극을 합니다. 연극은 제 고향 같아요.” 영화나 드라마를 하면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좀더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데 연극을 고집하는 이유를 묻자 이렇게 대답한다.

최근 들어 다양한 볼거리와 스타로 무장한 뮤지컬, 콘서트 등에 밀려 공연의 맹주 역할을 했던 연극이 관객 감소와 대중의 외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조재현은 지난 2004년부터 시작한‘연극열전’을 통해 연극 붐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뒀다. 물론 이순재, 나문희, 고수, 최화정 등 스타 캐스팅으로 일회성 관심 끌기와 연극시장 독식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는 “스타를 보러 왔더라도 연극을 접하면 연극의 참맛과 다른 연극배우들의 가치를 느끼게 돼 연극을 접할 기회를 확대한다고 생각한다. 침체에 빠진 국내 연극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 연극열전의 목적이기도 하다”고 반박했다.

요즘 서울 대학로에 수백억원대 빌딩 건립으로 화제가 된 조재현은 “대학로는 제 고향이자 어렸을 때 연극을 보며 꿈을 키웠던 곳이다. 이곳에 ‘수현재 극장’(빌딩)을 지어 연극을 상시 공연하고 극장 하나를 영리 목적이 아닌 예술영화, 독립영화 상영 용도로 열 것이다. 문화, 그중 대중문화의 밑거름이 되는 연극과 독립영화의 산실 역할을 하고 싶다”며 빌딩 갑부와 거리가 멀다며 웃는다.

그는 배우와 일견 거리가 있는 행정직도 수행하고 있다. 현재 경기도 문화의 전당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조재현은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해요. 문화예술인들이 능력과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기회를 부여하고 경기도민을 비롯한 대중이 질 높은 문화를 보다 많이 향유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이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중은 조재현을 행정가나 문화기획자보다 ‘빼어난 배우’로 인식한다. 그는 연극 무대에서 TV 화면에서 그리고 영화 스크린에서 팔색조 연기를 펼칠 때 가장 조재현답기 때문이다. “저 역시 여러 직함 중에 ‘배우’가 가장 마음에 들고 죽는 순간까지 안고 갈 것 같아요.” 조재현 스스로도 대중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배우로서의 존재감에 가장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연극 무대를 통해 연기와 인연을 맺고 KBS 공채 탤런트로 대중 앞에 연기자로 나섰다. 1989년 ‘사랑이 꽃피는 나무’ ‘야망의 세월’ 등으로 탤런트 신고식을 치른 이후 ‘여자의 남자’ ‘산’ ‘야망의 전설’ ‘해피투게더’ ‘피아노’ ‘눈사람’ ‘계백’ 그리고 2013년 ‘스캔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드라마에서 강렬한 캐릭터부터 일상적 배역에 이르기까지 자연스러운 연기로 조재현이라는 연기자의 존재를 알렸다. ‘피아노’를 통해 조재현을 대중스타로 만든 오종록 PD는 “조재현은 강렬한 캐릭터에서 평범한 인물까지 극과 극을 오가지만 시청자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가는 연기자이며 어떤 역할을 맡겨도 능수능란하게 소화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연기자 중 한 사람”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 작업도 꾸준히 해온 조재현은 ‘악어’ ‘수취인 불명’ ‘나쁜 남자’ 등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통해 강렬함을 넘어 거부감이나 반감을 불러올 정도의 자극적 캐릭터의 연기자로 관객에게 다가갔다. “지금도 ‘나쁜 남자’(2001년)의 한기 역을 이야기하는 분이 많을 정도로 캐릭터가 강렬했지요. 이후 강한 배역 제의가 많이 들어왔어요. 저는 특정 배역을 사양하지는 않아요. 다양한 배역을 맡아야 연기자로서 연기의 스펙트럼을 확장할 수 있으니까요.”

김기덕 감독에게 연기자 조재현에 대해 물은 적이 있다. 김 감독의 페르소나가 조재현이냐고. 김 감독은 “조재현은 누구누구 감독의 틀 속에 갇힐 수 없는 연기의 스펙트럼이 광대한 배우”라고 말했다.

드라마와 영화 출연 외에 연극배우로서 연극 기획자로서도 종횡무진하고 있다. “저는 개인적으로 연극 무대에 설 때 가장 편하고 좋아요. 고향 같아요. 물론 힘은 들지만요. 연극배우로서 인상적인 작품을 꼽으라면 ‘에쿠우스’를 꼽고 싶네요.”

조재현을 대중 스타로 부상시켜준 드라마 ‘피아노’가 촬영되던 2001년 부산의 한식당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좋은 연기은 어떤 연기이며 빼어난 연기자는 어떤 연기자인가에 대해 물은 적이 있다. 그는 말했다. “좋은 연기란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연기다. 베니스영화제에서 최연소 여우주연상을 받은 영화 ‘뽀네트’의 네 살짜리 주인공 티비졸의 연기처럼 계산도 의도도 없고 철저하게 삶을 보여주는 연기를 지향한다.”

12년의 세월이 지난 2013년 12월 똑같은 질문을 그에게 다시 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같았다. 삶을 보여주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그가 1월 4일부터 방송될 KBS 대하사극 ‘정도전’ 타이틀롤을 맡아 펼칠 연기에 관심과 기대를 갖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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