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서둘러 개각설 진화에 나선 가운데 장관만 뺀 고위직 공무원 개편이 가시화되면서 관가가 술렁거리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입만 바라본 장관들이 박근혜 대통령 공약 사항인 ‘책임총리, 책임장관제’를 스스로 깬 상황에서 책임을 고위직 공무원에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장은 그대로 둔 채 고위직 공무원 개편만으로 공직사회 분위기를 쇄신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여권 내에서도 개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새해 벽두부터 국무총리실 1급 고위직 공무원 일괄 사표에 이어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1급 공무원 일괄사표 가능성을 시사해 큰 폭의 고위직 공무원 물갈이가 시작됐다.
유 장관은 2일 신년인사차 기자들과 만나 “공직 이기주의를 버리고 철밥통을 깨야 한다”며 “부처별로 1급 공무원에 대해 일괄사표를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발언은 국무조정실이 공직사회 분위기 쇄신과 공직기강 확립 차원에서 국무총리실 1급 공무원 10명 전원 사표를 받은 데 이어 나온 것으로 유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 최측근인 만큼 그 의미가 크다. 즉 대대적 고위직 공무원 물갈이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관가에서는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관가에서는 존재감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던 1기 내각이 그들의 명령을 받아 행동했던 고위직 공무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어서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장관이 바뀌지 않는 이상 고위직 공무원 개편만으로는 쇄신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동안 컨트롤 타워 역할을 제대로 못해 존재감이 없다는 비난을 받아 와 이번 개각설의 중심에 섰다. 특히 다른 경제장관들도 대통령 입만 바라보면서 서로 정책 엇박자를 내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들끓었다. 대통령조차 이번 철도파업 사태 때 남의 일 보듯 한다며 질책한 상황에서 고위직 공직자에게 장관들이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의식하듯 김기춘 비서실장은 개각설이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지금’, ‘현재’라는 표현을 써 묘한 여운을 남겼다. 결국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장관들의 차출과 2월 25일 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일부 개각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여권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경제장관들이 존재감 없다는 비난의 목소리를 의식한 듯 새해 벽두부터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처럼 존재감 없는 1기 내각으로는 이번 고위직 공무원 개편만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청와대 부인에도 개각설 목소리는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정·관계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