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업계가 한층 강화되는 정부의 ‘석유시장 유통구조개선’ 정책으로 인해 쉽지 않은 한 해를 보낼 전망이다. 특히 셀프 알뜰주유소, 석유혼합판매 전환 등이 집중 추진될 예정이어서 국내 사업 부진에 빠진 정유업계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
6일 관련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한국주유소협회와 공동으로 운영 중인 혼합판매지원센터를 통해 총 2곳의 주유소 계약을 기존 전량구매에서 혼합판매로 전환했다. 정부가 2012년 9월 혼합판매제도를 도입한 이후 1년 4개월 만의 첫 실적이다.
혼합판매는 특정 정유사 폴사인을 단 주유소라도 다른 정유사나 대리점, 수입사의 물량을 구매해 팔 수 있는 제도다. 계약한 특정 정유사 물량을 100% 구매해야 했던 기존 관행의 틀을 벗어나는 것이어서 정부는 이를 통해 일부 기름값 인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에 첫 전환실적이 나온만큼 정부는 올해 혼합판매 전환이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알뜰주유소 경쟁력 강화도 올해 중점 추진된다. 셀프 알뜰주유소로의 전환을 통해 기름값을 더욱 낮추겠다는 정부 의도다. 한국석유공사를 통해 셀프주유기를 대량 구매, 주유소에 임대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올 2분기까지 사업자들의 신청을 받고 하반기부터 셀프 알뜰주유소 사업을 본격 시작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혼합판매, 알뜰주유소 정책 등이 올해 한층 강화될 것”이라며 “또 석유전자상거래에 수송회사, 물류회사 등 대형 사업자를 참가시켜 정유사들의 우월적인 거래 지위를 제한하려는 시도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내 정유업계는 표정이 좋지 않다. 가뜩이나 올해 정제마진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에서 이 같은 정부의 유가정책 강화는 정유사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혼합판매 전환이 늘면 주유소들의 구매 경쟁력이 커지면서 정유사들의 거래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브랜드에 대한 정체성도 사라지면서 정유사들의 마케팅에도 혼란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의 셀프 알뜰주유소 추진도 정유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부분이다. 최근까지 알뜰주유소에 셀프 주유소 확대로 맞불을 놨던 정유사들로선 앞으로 가격을 더 낮춰야 경쟁이 가능한 상황이 됐다. 이익율이 저조한 국내 정유사업의 이윤이 더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석유화학, 윤활기유 등 비(非) 정유사업을 강화해 수익을 보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올해 정유사들은 밖으론 중국, 중동국가들과의 경쟁으로, 안으로는 정부의 기름값 압박으로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