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6일 “국민여러분이 성과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우리 경제의 혁신과 재도약을 위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집권 2년차를 맞아 청와대에서 첫 신년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이 밝히고 “국민행복시대를 위한 필수 조건으로 남북분단으로 인한 사회분열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기 위한 기반구축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3월4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호소하는 대국민 담화를 청와대 기자실인 춘추관에서 발표한 적이 있지만 공식 기자회견을 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80분 가량 진행된 회견에는 국무총리 이하 각 각료들과 청와대 비서실장, 수석비서관 등이 배석했다. 또 TV를 통해 전국으로 생중계되면서 그간 ‘불통’이라는 공격을 받아 온 박 대통령의 이미지가 쇄신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청와대는 신년회견으로 불통 논란 종식과 함께 정부의 뜻을 국민에게 제대로 설명함으로써 그간 쌓인 국민적 오해를 풀고 여야 경색국면으로 다소 정체됐던 국정운영에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회견에 이어 설을 맞아 ‘생계형’ 특별사면을 발표하고 나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도 어느 정도 제고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경제 = 박 대통령이 이날 밝힌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위한 3대 조치는 △공기업 등 비정상의 정상화 개혁 △창조경제를 통한 역동적인 혁신경제 △내수활성화로 축약된다.
박 대통령은 먼저 “대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중소기업의 신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내수활성화에 있어 서비스산업육성은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이를 위해 투자의 가장 큰 장벽인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투자관련 규제를 백지상태에서 전면 재검토하여 꼭 필요한 규제가 아니면 모두 풀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비정상의 정상화 조치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비정상적 관행을 정상화하는 개혁을 통해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만들겠다”면서 “불합리한 점들을 바로잡고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만들기 위해 공공기관의 정상화와 재정·세제개혁, 원칙이 바로 선 경제를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공공부문 개혁부터 시작해 나갈 것”이라며 우선 공공부문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공공기관의 부채는 국가부채보다 많아서 일부 공기업들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충당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수공은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재정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수공에게 자체 재원으로 추진하도록 해서 부채규모가 급증하고 경영이 급속히 악화됐다”고 했다.
또한 “공기업 자체의 방만·편법 경영도 심각한 문제”라면서 “경영이 부실한데도 성과급과 과도한 복리후생비를 지급하고, 무분별한 해외자원개발과 투자 등 외형 확대에 치중하고, 유사·중복사업을 불필요하게 추진한다든지 자회사를 세워 자기식구를 챙기는 잘못된 관행들을 이제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이런 문제들에 대한 개혁은 역대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또다시 그 전철을 되풀이해서 국민들에게 부담을 지우고 국가발전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될 것”이라며 “이번 철도개혁을 시작으로 올해 공공부문의 정상화개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내수활성화를 위한 핵심 대책으로는 “올해 투자관련 규제를 백지상태에서 전면 재검토하여 꼭 필요한 규제가 아니면 모두 풀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내수활성화에 있어 서비스산업 육성은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서비스 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우선 투자의 가장 큰 장벽인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규제총량제를 도입해 부문별로 할당량을 부여해서 관리하고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여 분야별로 점검하면서 규제를 풀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를 위해 보건의료 등 5대 유망 서비스 업종에 대해서는 업종별로 관련부처 합동 TF를 만들어 이미 발표한 규제완화 정부대책을 신속하게 이행하고, 인허가부터 실제 투자실행에 이르기까지 투자자들에게 원스톱(One-stop)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조경제를 통해 역동적인 혁신경제 추진 방향과 관련해선 “벤처기업과 중소기업, 대기업이 정부와 함께 하는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을 곧 발족해서 민간기업의 주도아래 창조경제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올해는 온라인 창조경제타운을 오프라인 현장에서 구현하겠다”면서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치해서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국민이면 누구나 멘토의 도움을 받아 창업도 할 수 있고, 기업도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정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존 산업에 신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해 내는 것도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중요한 과제”라며 농업과 문화 등 기존산업에 과학기술과 ICT를 융합한 ‘창조경제 비타민 프로젝트’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아울러 “금년 중에 3, 4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해 성공사례를 만들겠다”면서 “지역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전국으로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 외교·안보·북한 = 박 대통령은 외교·안보 부문에선 북한의 장성택 처형 이후 김정은 체제 아래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철저하게 대비하고, 한반도 평화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먼저 한반도 통일 구상 방안에 대해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걸음을 내딛는다면, 남북한과 국제사회는 한반도의 실질적 평화는 물론 동북아의 공동 번영을 위한 의미 있는 일들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통일시대를 준비하는 데 핵심적인 장벽은 북핵문제”라며 이같이 말한 뒤 “통일을 가로막을 뿐 아니라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핵개발은 결코 방치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세계적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의 대립과 전쟁위협, 핵위협에서 벗어나 한반도 통일시대를 열어가야만 하고, 그것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는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해 남북관계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지속해 왔다”며 “올해도 이러한 인도적 지원을 강화하고, 민간교류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작년에 이산가족 상봉을 나흘 앞두고 갑자기 취소된 것은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라며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으로 첫 단추를 잘 풀어서 남북관계에 새로운 계기의 대화의 틀을 만들어갈 수 있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과 관련해선 “회담을 위한 회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 시대 준비를 위해서 필요하다면 북한의 지도자와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에서 올해 신년사에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얘기했다. 그 자체에 대해서 환영한다”면서도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고 진정성 아니겠나. 작년에도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얘기했지만 작년에 북한일 실제로 어떻게 행동했는지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일 정상회담 여부에 대해선 “한일정상회담은 두 나라 관계발전에 도움이 되는 과정으로 가야하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한 준비가 있어야 추진이 될 것”이라고 말해 당장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은 “양국 협력이 확대되어야 할 중요한 시기에 환경이 깨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 기타 정치 현안 = 박 대통령은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필요성엔 여전히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규제 완화와 조세제도 정비 등을 통해 경제 활성화 및 세수확대를 꾀하는 것이 우선 순위이며, 이후에도 재원이 부족할 시 국민대타협위원회 같은 기구를 만들어 국민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박 대통령은 “증세를 먼저 말하기 전에 살림살이를 알뜰하게 해서 비과세 감면제도와 같은 조세제도를 잘 정비하고, 중간에 줄줄 새는 낭비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기본 입장에 변함 없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것을 정부 지출로만 한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그게 다 혈세이고, 국가재정도 결코 공돈이 아니다”라면서 “세금을 자꾸 거두는 것보다 규제를 풀고 경제 활성화해서 세수가 늘면 일자리도 늘고 가계부채 문제도 해결돼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소득세 최고세율(38%)을 적용하는 과표 구간을 1억5000만원 초과분으로 낮추고,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17%로 1%포인트 올린 세법개정안의 국회 통과로 사실상 증세가 이뤄졌다는 지적엔 “증세와 관련해선 이번에 여야 간 논의를 하면서 합의한 내용”이라며 “정부가 주도한 건 아니지만 국회의 결정이니 존중한다”고만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민이 바라는 복지수준에 대해 국민 합의가 필요하다고 하면 전에 여러 번 말했듯 국민대타협위원회를 만들어서 최선의 조합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등에 대한 야당의 특검 도입 요구에 대해선 “재판중인 사안이라서 대통령으로서 이런 문제에 대답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제가 시정연설에서 여야가 충분히 논의해서 합의점을 찾아준다면 국민의뜻으로 알고 받아주겠다고 한 바 있다”며 “여야가 다행히 많은 논의를 한 끝에 국가기관의 정치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방안에 합의했고 국가정보원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했기 때문에 제도적으로 원천적으로 차단됐다”고 평가했다.
원화가치 상승과 엔저에 따른 우리 기업의 어려움을 두고는 “엔저가가 부담인 것은 사실이지만 FTA는 일본보다 앞서있다”면서 “한국은 FTA 강국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제대로 활용해서 수출경쟁력에 쓰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근본적으로는 내수를 활성화해서 내수와 수출이 균형을 이루도록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한다면 엔저 같은 외부환경에 출렁거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