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0위권 증권사 4곳이 매물로 나오는 등 업계 재편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구상을 속속 밝히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거래량 급감, 불안정한 금리 변동 등으로 수익구조 악화와 불확실성이 높지만 철저한 대비를 통해 체질 개선 원년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 위기 대응 필요, 저성장·저금리 적합한 자산관리 영업 강화
먼저 주요 증권사 CEO들은 올해도 전년도와 비슷한 위기 국면이 도래함에 따라 재빨리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고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창섭 하나대투증권 대표는 “업계 전체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적응하지 못한다면 그 누구도 생존하지 못할 것”이라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구성원 개개인 모두의 변화와 노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하나대투증권은 위기 돌파구로 자산관리영업 강화 원년으로 삼겠다는 각오도 내비쳤다.
김원규 우리투자증권 대표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규제환경 변화를 미래성장을 위한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면서 “금융당국이 금융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는 등 금융투자업 육성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 변화가 진행되고 있어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미래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병행해야 한다는 기업의식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은 “올해 금융환경 역시 갈수록 불투명해지며 높은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교토삼굴(狡兎三窟, 교묘한 지혜로 위기를 피하거나 재난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말)의 자세로 여러 가지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며 “고령화, 저성장, 저금리 트렌드 속에서 금융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 자산시장 성장 확대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석 삼성증권 대표는 “2014년 경영 환경은 저성장 기조가 이어져 고객 니즈에 맞춘 진정한 차별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며 “고객중심 경영전략을 유지하지만 고객 자산관리 시작점인 상품 공급 단계에서부터 해외 리서치사, 해외 자문사와 연계해 선제적이고 차별화된 상품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신수익 발굴이 답” 해외진출, 대체투자 확대 등
어려운 환경에 대비하기 위한 최우선 전략으로 각 증권사 대표들은 기존 사업 부문의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신사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증권사 CEO들이 가장 먼저 눈독을 들인 신사업 1번지는 해외사업이다.
이를 위해 대형사들의 경우 최근 정비한 조직개편에서 해외사업 본부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김기범 KDB대우증권 대표는 “최근 조직개편에서 기존의 해외사업 관련 기능을 CEO 직속으로 신설된 ‘전략기획본부’로 이관해 본부의 사업전략 수립 및 신사업 발굴 기능과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전사적 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이러한 맞춤형 전략을 통한 해외 진출을 통해 시황에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 수익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윤경은 현대증권 대표도 “본사와 해외점포 적자 기조에도 불구, 지난 연말 조직을 확대 개편한 이유는 해외에서 지속적으로 추진 중인 신규 수익원 발굴을 위한 것”이라며 “해외 부문도 싱가포르와 홍콩에서 진행 중인 헤지펀드와 파생 트레이딩 사업은 올해 체계적인 관리 하에 본격적인 수익을 창출해 금융 한류의 저력을 보여주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국투자증권은 3년 전에 인수한 베트남 자회사를 올해 키운다는 방침이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현재 갖추고 있는 네트워크를 보강함은 물론 글로벌 경영을 한 단계 진일보시킬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베트남 자회사를 이머징마켓 진출의 시금석으로서 키워 나가고, 그동안 관심있게 지켜 본 지역에 대한 연구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수익 다변화를 위해 기존 주식, 채권 외에 다양한 창조적 금융상품에도 사활을 건다는 입장이다.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대표는 “기존 투자 대상인 주식, 채권을 과감히 뛰어넘어 부동산, SOC, AI, 헤지펀드 등 투자자산을 다변화할 계획”이라며 “다양한 투자자산에 대한 노하우와 경험, 그리고 성공이 축적돼야만 회사의 수익이 제고되기 때문에 구조화를 통한 상품화로 고객의 니즈에 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운용 측면에서도 시장 상황과 관계 없이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운용전략 마련과 함께 차별적 상품 개발도 병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