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찬의 명문가 자녀교육 따라잡기]리더의 ‘각성’ , 경주 최부잣집 ②

입력 2014-01-0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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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장

경주 최부잣집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 60여년이 지난 지금 경주 최부잣집의 ‘부(富)’는 지속하지 않지만 그 ‘명성’은 여전히 지속하고 있다. 더욱이 이제는 경영학의 연구 대상으로 분석되고 있다. 경주 최부잣집은 1947년 대구대학교를 설립하는 데 전 재산을 기부함으로써 17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부의 대물림을 마감했지만 그것으로 최부잣집이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새로운 전설의 시작이 되었다.

경주 최부잣집은 흔히 ‘9대 진사, 12대 만석꾼’으로 회자된다. 이 가문이 만석꾼이 된 것은 10대에 걸친 기간이지만 12대라고 하는 것은 이 가문의 중시조인 정무공 최진립(1568~1636)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주 최부잣집은 대대로 문인의 집이었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고 왜군들이 동래성을 함락, 경주로 북상하면서 정무공이 거주하는 마을 근처에 도달했다. 왜군이 정무공의 별채 등에 주둔하면서 약탈과 온갖 범행을 저지르자 당시 스물다섯 살로 과거시험을 준비하던 정무공은 나라의 위급함을 알고 붓을 던졌다. 정무공은 동생 계종과 노복들과 함께 뜻을 모아 경주 부윤에 의병을 청원해 승낙을 받고 의병활동을 했다. 이때부터 경주 최부잣집 가문은 ‘문인’에서 ‘무인’의 집안으로 바뀌게 되었다. 정무공은 무를 기피한 정치적 분위기가 임진왜란을 당한 요인이라고 생각했고 스물일곱 살에 무과시험에 응시해 급제했다. 이게 경주 최부잣집 가문이 문인에서 무인의 가풍으로 바뀐 배경이다.

1636년 병자호란이 발발했을 때 정무공은 69세의 노령에 이르렀다. 옥동(종)과 수하를 데리고 경기도 용인 험천에서 청군과 전투를 벌였다. 정무공은 백병전을 했지만 중과부적으로 노비 옥동과 함께 전사하고 말았다. 정무공은 이후 청백리에 녹선됐다. 경주 최부잣집 종손인 최염 옹은 “병자호란 때 순국한 정무공은 청백리로 살았는데 그 손자인 최국선부터 만석꾼이 되었고 청백리의 후손으로 ‘청부’의 정신을 이어왔다”고 말한다.

요즘 ‘먹고살기 힘들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온다. 팍팍한 세상살이에 무엇을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이런 때일수록 ‘결정적 변신’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따지고 보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병자호란의 시기보다 더 불운한 시대는 아닐 것이다. 아버지로서 삶을 향한 당당한 신념을 갖고 살아간다면 자녀들은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훗날 자신의 삶을 살아갈 때 마음 속 멘토와 길잡이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존경받는 부자로 조선팔도에 이름을 남긴 경주 최부잣집의 후손들처럼 말이다.

최염 옹은 현재 경주 최부잣집이 전 재산을 기부한 영남대가 ‘박정희의 그림자’를 벗고 사회에 환원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게 자신의 선조가 대구대를 만들어 전 재산을 기부한 뜻을 그나마 우리 사회가 살리는 길이라고 한다. 하지만 영남대에는 경주 최부자의 기부 흔적은 말끔히 지워져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경주 최부자의 순수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짓밟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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