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문학적인 돈이 오고가는 금융시장에서는 전 세계에 내로라하는 전문가들과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 시시각각 쏟아져 나오는 정보 속에서 치열한 승부를 펼치고 있다.
합리적이어야 하고 근거가 있어야 움직일 것 같은 이 시장도 간혹 아니 자주 ‘말 한 마디’에 요동친다.
EU와 미국이 달러를 찍어내기 시작하자 달러는 휴지가 될 것이라며 금이 순식간에 황금으로 변했다. 많은 사람들의 불안 심리가 나타난 것이라고 하지만 하나둘 터져 나온 ‘말 한 마디’들은 촉매제 역할을 했다.
나름 여러 근거를 제시하면서 금 투자를 외치던, 또는 달러 휴지론을 주장하던 전문가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현재 금 투자에 뒤늦게 들어간 많은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최근에는 우원개발이 김황식 전 총리 관련주라는 알 수 없는 누군가의 ‘말 한 마디’에 급등세를 연출했다. 정작 당사자인 우원개발은 “왜 관련주냐”고 반문하며 되레 궁금해하고 있으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참 난감하다.
미국과 중국 등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 비트코인 열풍이 광풍으로까지 불리며 휘몰아친 지 이제 한 달여가 지났다.
사실 비트코인 광풍은 버냉키 미국 연준의장이 “위험성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유망하며, 더 빠르고 안전하면서도 효율적인 결제 시스템으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크다”는 ‘말 한 마디’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비트코인 거래소인 코빗거래소에서는 해외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보다 높은 시세로 거래가 이뤄졌다. 이같은 광풍은 주식시장으로도 몰아쳤다.
일부 상장사들 중 비트코인에 대해 정확하게 모르는 상황에서 그냥 관심있다는 '말 한 마디'에 해당 상장사 주가가 요동쳤다.
국내에서 비트코인이 뭔지도 모르던 때인 1년 전부터 비트코인 관련 TF팀을 구성해 사업 검토를 했던 갤럭시아컴즈는 이미 비트코인 전자지갑 관련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이같은 ‘말 한 마디’에 급등하던 갤럭시아컴즈는 비트코인 사업에 현재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말 한 마디’에 다시 급락했다.
갤럭시아컴즈가 보유 중인 비트코인 관련 기술은 비트코인 전자지갑으로 시장이 활성화돼 수요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사업이다. 현재 비트코인 전자지갑 수요는 미비할 수밖에 없고 당연히 갤럭시아컴즈는 현재 관련 사업을 하지 않고 있다.
버냉키 연준의장의 말 한 마디에서 촉발된 비트코인 광풍은 이렇게 ‘말 한 마디’로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다 중국 인민은행이 비트코인 거래를 규제하겠다는‘말 한 마디’에 이어 각국 중앙은행이 경고에 나서자 또 다시 폭락했다. 현재 비트코인 시세는 다시 반등해 1000달러를 회복했다.
동양건설도 ‘말 한마디’에 주가가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갔다. 국내 업체와 해외업체 등 3개 업체가 인수 타진을 해와 접촉 중 이라는 소식에 상한가를 가더니 다음 날 인수에 관심을 표한 곳들은 있으나 자금을 제대로 갖춘 인수자의 접촉이 없다는 ‘말 한마디’에 급락했다.
3개 업체가 인수타진을 해 접촉 중이라는 것과 인수에 관심을 표한 곳들은 있다는 말은 같다.
그런데 자금을 제대로 갖춘 인수자의 접촉이 없다는 것과 인수타진을 해 접촉 중이라는 앞뒤 맞지 않는 ‘말 한마디’는 다시 주가를 곤두박질 치게 만들었다.
논어에 ‘사불급설(駟不及舌)’이라는 말이 나온다. 직역하면 “네 마리 말이 끄는 빠른 수레도 사람의 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즉 소문은 빨리 퍼지므로 말 조심을 하라는 의미이자 말을 신중하게 해야 함을 강조한 구절이다.
적어도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 정도는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주식시장에서는 더 그렇다. 무심코 던진 ‘말 한 마디’ 때문에 선량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