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의 억 소리 나는 수입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대중매체를 통해 보도된다. 연예인의 상상초월 수입 앞에 부러움을 나타내는 사람도 있고 자신의 월급과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스타들의 엄청난 수입에 대한 대중매체의 뉴스는 연예인 지망 광풍을 몰고 왔다. 연예인은 어린이, 청소년이 선호하는 직업 1위가 된지 오래다.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에 인구 4%에 달하는 200만명이 참가하고 대학의 실용음악과 경쟁률이 100~500대 1을 기록하는 상황이다. 연예인 지망생이 무려 100만명에 달한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은 연예인 지망생 공화국’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오죽했으면 “아이돌도 필요하지만, 우리에게는 과학자가 더 많이 있어야 합니다”고 외치는 CF까지 등장했을까.
청소년, 20~30대 뿐만 아니라 초등생까지 연예인 지망 광풍에 휩싸이게 한 이유 중 하나가 대중매체를 통해 연일 쏟아지는 스타들의 엄청난 수입 때문이다. MBC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 제작진이 중고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중고생들이 연예인이 되려고 하는 이유 중 ‘개성을 살리고 싶어’와 ‘화려한 조명을 받아’에 이어 ‘돈을 많이 벌 것 같아서’가 3위에 올랐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을 연예인 지망생 공화국으로 만든 연예인의 수입은 언론 보도처럼 정말 엄청난 걸까. 전혀 그렇지 않다. 최근 발표한 국세청자료가 단적인 증거다. 국세청이 지난 5일 발표한 ‘2012년 사업소득 원천징수 신고현황’에 따르면 연예인 직종별 연평균 소득은 가수가 4480만원이고 배우는 3710만원, 그리고 모델(6918명)은 940만원에 불과했다.
그동안 언론에서 보도한 연예인의 수입과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그런데 문제는 국세청의 발표 소득보다 연예인의 실제 수입이 훨씬 적다는 사실이다.“연소득 4400만원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가수로 활동하는 사람이 2만여명 인데 이중 노래를 불러 생계를 해결하는 사람은 1%도 안 됩니다. 연봉 4000만원, 그럼 좋게요.” 대한가수협회 김원찬 사무국장의 한탄이다.
연기자도 마찬가지다. 4500여명의 연예인 회원이 가입된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하 한연노)의 실태조사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한연노는 지난해 노조 소속 연기자 70%가 연소득 1000만원 미만으로 연기자 대다수가 생계 위협을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청년유니온이 지난 2012년 발표한 자료는 비참하기까지 하다. 연예인의 수입에 대한 일반인의 환상을 무참히 깬다. ‘청년 뮤지션 생활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221명의 음악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 인디음악가들에게 매달 균일하게 들어오는 고정수입은 평균 69만원에 그쳤다. 최저 생계비(조사시점 2012년 55만3354원)에도 미치지 못한 월소득 50만원 이하 음악가도 무려 38%나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인디음악계에서 촉망받은 원맨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이진원은 지난 2010년 11월 생활고를 겪다 뇌경색으로 음악적 열정도 풀어내지 못한 채 37세라는 젊은 나이에 숨을 거뒀다. “열아홉 이후로 쭉 혼자 책임지고 살아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이렇게 의지할 곳 하나 없는 내 방에서 세상의 무게감이 너무 크게 느껴지고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엄청난 공포가 밀려온다.” 생활고 등의 이유로 연기의 꿈도 펼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신인 연기자 정아율이 남긴 글이다. 그녀의 나이 25세였다.
오늘도 ‘아역 스타, 여진구, 영화 편당 출연료 1000만~5000만원’ ‘장근석, 연간소득 100억원 넘는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 ‘수지, 광고수입만으로 100억원 가뿐이 번다’…스타 소득에 대한 찬사 행렬이 이어진다. 그 소득의 허황한 찬사에 현혹돼 학교도 팽개치고 연예인 하겠다며 기획사와 방송사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청소년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리고 생활고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연예인마저 생겨나고 있다. 연예인 지망생 공화국, 2014년 대한민국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