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꼼수’로 비난받던 0.5시간 계약제를 폐지한다. 노동조합은 9일로 예정했던 총파업을 전격 철회했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9일 새벽 사측과 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노사는 8일 오전 10시 테이블에 마주앉았고, 15시간여의 마라톤 회의 끝에 9일 새벽 1시5분 0.5시간 계약제 폐지에 합의했다.
홈플러스는 3월 1일부터 우선 10분 단위 계약제를 폐지하고, 올해 상반기까지 개선방안을 확정해 0.5시간 계약제를 단계적으로 완전히 폐지할 계획이다.
0.5시간 계약제는 근무 시간을 30분 단위로 계약하는 것으로, 홈플러스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특이한 근로계약 형태다. 7.2시간은 7시간 20분, 7.5시간은 7시간 30분 근무하는 방식이다. 노조는 “근로 과정이나 작업량이 동일한데도 (사측이 노동자들에게) 10분을 줄인 근로계약을 종용해왔으며, 계약 시간을 넘기는 연장근로가 발생해도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매년 133억원 규모의 임금 체불이 발생해 왔다”고 주장해 왔다.
한편 노사간 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에는 0.5시간 계약제 폐지 외에도 감정노동자 보호조항, 병가 제도, 휴게용 의자 설치, 노조활동 보장 등 123개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안이 도출됨에 따라 홈플러스는 회사 설립 14년만에 처음으로 노조와 단체협약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설명회와 찬반투표를 실시하고, 투표 결과에 따라 단체협약에 서명할 계획이다.
노조는 협상 타결에 따라 총파업 계획을 모두 철회했다. 앞서 홈플러스 노조는 9일 총파업을 시작하고, 오후 12시30분 본사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진행할 것을 밝힌 바 있다.
김기완 노조위원장은 “노조 설립 10개월만에 이뤄진 값진 성과”라며 “홈플러스에 여전히 존재하는 많은 불법적이고 부당한 근로조건을 개선해 노동자들이 더 나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홈플러스 노사는 40여차례의 단체교섭을 통해 △노조활동 보장 △0.5시간 계약제 폐지 및 8시간 계약제 실시 △부서별 시급차별 폐지 △근무복 지급 △하계휴가 신설 등 노조의 요구안을 놓고 마주 앉았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