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해운·조선 회사채 ‘만기 공포’…자금시장 빨간불

입력 2014-01-0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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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매출채권 비중도 늘어…해운업체 이자폭탄 눈덩이 ‘좌불안석’

금융위원회가 건설·해운·조선 등 한계기업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내면서 이들 기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자금시장의 양극화로 비우량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보여 자금시장의 뇌관으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건설사, 회사채 만기폭탄에 매출채권도 눈덩이=건설사들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가 속속 대기하고 있는 가운데 매출채권 비중도 늘어나 이중고를 겪고 있다.

통상 매출액 대비 매출채권 비중이 25%를 넘어가면 그 초과액은 회수불능대금으로 파악한다. 연매출에서 매출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25%를 넘는다는 것은 그만큼 받지 못하고 있는 자금이 많다는 얘기다.

GS건설, 롯데건설, SK건설, 현대산업개발, 한화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 주요 건설사들의 매출액 대비 매출채권 비중은 50~100% 사이로 받아야 할 공사대금 절반 이상도 못 받고 있는 상황인 데다 대규모 회사채, CP 만기가 돌아오고 있어 차입금 돌려막기의 악순환이 우려된다.

회사채 등급이 A+인 롯데건설은 1년 내 4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갚아야 한다. CP(400억원)와 은행 단기차입금(400억원)까지 합하면 올해 5400억원에 달하는 상환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차입금 이자비용만 1000억원에 달해 올 한해 총 6000억원이 넘는 상환액을 감당해야 한다. 롯데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2013년 9월말 연결기준)은 5300억원으로 빚을 모두 상환하기에도 버거운 상황이다.

롯데건설은 매출채권이 지속적으로 누적되고 있어 영업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회사채 등급 Ao로 한 단계 하향한 현대산업개발은 회사채 및 은행권 차입금이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1~9월 매출액(1조9000억원) 대비 매출채권 및 미청구공사비용(1조6484억원) 비율은 87%에 달했다. 지난해 12월 한기평은 현대산업개발의 회사채 평가에서 기존 A+를 Ao로 강등했다.

현금성 자산이 7000억원에 불과한 한화건설이 올해 갚아야 할 회사채 및 은행권 부채도 1조2000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한화건설 매출채권은 총 2조1800억원이 쌓였으며 매출액 대비 82%에 달하는 규모다.

회사채 등급이 BBB-까지 추락한 동부건설도 회사채(2100억원), 은행권 단기차입금(5200억원)을 더하면 올해 갚아야 할 빚만 7000억원을 넘어서지만 현금성 자산은 550억원에 불과하다.

이외 GS건설과 대우건설 역시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및 금융권 차입금이 부담인 데다 매출채권 비중도 상당하다.

지난해 회사채 등급이 A+로 내려앉은 GS건설은 매출액 대비 매출채권 등의 비중도 86%를 넘어섰다. 대우건설 역시 매출채권액은 4조5530억원으로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6조억원)의 61%에 달한다.

주요 건설사들조차 차입금 상환에 이자 폭탄까지 대기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매출채권 및 공사미수대금 비중이 누적되면서 각 건설사는 대손충당금을 쌓아 손실에 대비해야 한다”며 “이는 영업이익에도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 3대 해운업체 올 회사채 만기 8900억원 달해 = 11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3대 해운업체(한진해운, 현대상선, SK해운)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올 한해 8900억원이 넘는 회사채 만기가 예정돼 있는 데다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할 단기차입금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당장 39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다가오는 한진해운은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통해 발등의 불을 끌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금융권 단기차입금이 1797억원으로 1년 내 상환자금도 마련해야 한다. 또 총 부채 2조원으로 1000억원에 달하는 이자폭탄도 대기 중이다.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은 1080%에 달한다. 이러한 경영지표를 반영하듯 한진해운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지난해 4년 만에 BBB+로 내려앉았다.

올해만 82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기다리고 있는 현대상선도 좌불안석이긴 마찬가지다. BBB+ 평가등급을 받은 현대상선은 연내 회사채 4200억원, CP 40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단기차입금이 2458억원에 달한다. 즉 올해 돌아오는 상환액만 1조원을 넘어서지만 현금성 자산이 5055억원에 불과하다. 총 부채가 6조원에 달하다 보니 이자비용은 3000억원에 이른다.

이를 방증하듯 차입금 의존도가 70%를 넘어서고 부채비율 또한 1000%에 육박하고 있다. 더욱이 현대상선의 위기는 현대엘리베이터로까지 전이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 현대상선이 작년 10월 22일 만기 도래한 2800억원의 회사채 중 80%에 대해 차환발행을 신청해 승인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현정은 회장과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 주식 772만주를 담보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신청한 상태다.

이 외 지난해 회사채 등급이 A-로 강등된 SK해운은 올해 800억원의 회사채와 2500억원 은행권 차입을 상환해야 한다.

또 중소 조선사들도 위기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자금여력이 되는 조선사들은 순항 중이지만 정작 중소 조선사들은 회사채 발행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중소형 해운 및 조선사들은 프라이머리 CBO(P-CBO)를 통해 회사채 등 자금을 조달받을 길을 열어줬다.

하지만 BB- 등급 이상 중소 조선사들은 이마저도 힘든 상황이다. 이에 지난해 9월 한국선주협회는 시장안정 프라이머리 CBO(P-CBO)의 요건 완화를 요청하는 건의서를 제출했지만 해가 바뀌도록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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