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건설·해운·조선 등 한계기업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내면서 이들 기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자금시장의 양극화로 비우량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보여 자금시장의 뇌관으로 작용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통상 매출액 대비 매출채권 비중이 25%를 넘어가면 그 초과액은 회수불능대금으로 파악한다. 연매출에서 매출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25%를 넘는다는 것은 그만큼 받지 못하고 있는 자금이 많다는 얘기다.
GS건설, 롯데건설, SK건설, 현대산업개발, 한화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 주요 건설사들의 매출액 대비 매출채권 비중은 50~100% 사이로 받아야 할 공사대금 절반 이상도 못 받고 있는 상황인 데다 대규모 회사채, CP 만기가 돌아오고 있어 차입금 돌려막기의 악순환이 우려된다.
회사채 등급이 A+인 롯데건설은 1년 내 4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갚아야 한다. CP(400억원)와 은행 단기차입금(400억원)까지 합하면 올해 5400억원에 달하는 상환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차입금 이자비용만 1000억원에 달해 올 한해 총 6000억원이 넘는 상환액을 감당해야 한다. 롯데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2013년 9월말 연결기준)은 5300억원으로 빚을 모두 상환하기에도 버거운 상황이다.
롯데건설은 매출채권이 지속적으로 누적되고 있어 영업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회사채 등급 Ao로 한 단계 하향한 현대산업개발은 회사채 및 은행권 차입금이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1~9월 매출액(1조9000억원) 대비 매출채권 및 미청구공사비용(1조6484억원) 비율은 87%에 달했다. 지난해 12월 한기평은 현대산업개발의 회사채 평가에서 기존 A+를 Ao로 강등했다.
현금성 자산이 7000억원에 불과한 한화건설이 올해 갚아야 할 회사채 및 은행권 부채도 1조2000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한화건설 매출채권은 총 2조1800억원이 쌓였으며 매출액 대비 82%에 달하는 규모다.
회사채 등급이 BBB-까지 추락한 동부건설도 회사채(2100억원), 은행권 단기차입금(5200억원)을 더하면 올해 갚아야 할 빚만 7000억원을 넘어서지만 현금성 자산은 550억원에 불과하다.
이외 GS건설과 대우건설 역시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및 금융권 차입금이 부담인 데다 매출채권 비중도 상당하다.
지난해 회사채 등급이 A+로 내려앉은 GS건설은 매출액 대비 매출채권 등의 비중도 86%를 넘어섰다. 대우건설 역시 매출채권액은 4조5530억원으로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6조억원)의 61%에 달한다.
주요 건설사들조차 차입금 상환에 이자 폭탄까지 대기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매출채권 및 공사미수대금 비중이 누적되면서 각 건설사는 대손충당금을 쌓아 손실에 대비해야 한다”며 “이는 영업이익에도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 3대 해운업체 올 회사채 만기 8900억원 달해 = 11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3대 해운업체(한진해운, 현대상선, SK해운)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올 한해 8900억원이 넘는 회사채 만기가 예정돼 있는 데다 1년 이내에 상환해야 할 단기차입금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당장 39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다가오는 한진해운은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통해 발등의 불을 끌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금융권 단기차입금이 1797억원으로 1년 내 상환자금도 마련해야 한다. 또 총 부채 2조원으로 1000억원에 달하는 이자폭탄도 대기 중이다.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은 1080%에 달한다. 이러한 경영지표를 반영하듯 한진해운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지난해 4년 만에 BBB+로 내려앉았다.
올해만 82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기다리고 있는 현대상선도 좌불안석이긴 마찬가지다. BBB+ 평가등급을 받은 현대상선은 연내 회사채 4200억원, CP 40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단기차입금이 2458억원에 달한다. 즉 올해 돌아오는 상환액만 1조원을 넘어서지만 현금성 자산이 5055억원에 불과하다. 총 부채가 6조원에 달하다 보니 이자비용은 3000억원에 이른다.
이를 방증하듯 차입금 의존도가 70%를 넘어서고 부채비율 또한 1000%에 육박하고 있다. 더욱이 현대상선의 위기는 현대엘리베이터로까지 전이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 현대상선이 작년 10월 22일 만기 도래한 2800억원의 회사채 중 80%에 대해 차환발행을 신청해 승인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현정은 회장과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 주식 772만주를 담보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신청한 상태다.
이 외 지난해 회사채 등급이 A-로 강등된 SK해운은 올해 800억원의 회사채와 2500억원 은행권 차입을 상환해야 한다.
또 중소 조선사들도 위기 상황이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자금여력이 되는 조선사들은 순항 중이지만 정작 중소 조선사들은 회사채 발행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중소형 해운 및 조선사들은 프라이머리 CBO(P-CBO)를 통해 회사채 등 자금을 조달받을 길을 열어줬다.
하지만 BB- 등급 이상 중소 조선사들은 이마저도 힘든 상황이다. 이에 지난해 9월 한국선주협회는 시장안정 프라이머리 CBO(P-CBO)의 요건 완화를 요청하는 건의서를 제출했지만 해가 바뀌도록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