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휴식이 필요해] 온몸 골병 드는데…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

입력 2014-01-0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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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찌든 직장인 건강 ‘적신호’

한국사회는 여전히 노동시간은 길고 만족도는 낮은 후진국형 노동시장의 틀을 깨지 못하고 있다. 기업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기업 성장의 열매은 노동자들에게 나눠지지 못하는 과정을 거듭해 왔다.

근로시간에 따른 사회 양극화도 심화됐다. 일자리가 없는 사람과 근로시간이 너무 긴 사람 간 격차가 더 심해지면서 유연한 근로시간을 통해 일자리를 나누는 정책이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연 평균 근로시간은 2193시간(2010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많다. 지난 2000년 2512시간보다 319시간 줄었지만 여전히 세계 최장시간 수준이다. 같은 기간 일본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1733시간, 미국은 1778시간이다. 가장 적게 일하는 네덜란드(1377시간)보다 812시간 더 많다.

정부는 이런 오명을 벗기 위해 지난 2003년 주5일 근무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을 개정·시행했다. 주5일 근무제는 공공기관 및 1000명 이상 사업장은 2004년 7월 1일부터, 300명 이상 사업장과 모든 공공기관은 2005년 7월 1일부터 실시됐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노동시간은 주 40시간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이를 엄격히 지키는 사업장은 드물다.

특히 연장근로나 휴일근로, 근로시간 특례업종 등을 통해 주 52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1740만 명)의 21.8%에 이른다. 전체 노동자 5명 중 1명꼴이다.

10년째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 A씨는 “실제로 회사에서 법정 근로시간을 지켜 쓴 적이 거의 없다”며 “휴일근로 시 대체휴가 제도가 있지만 아직까지 사용해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주위에도 야근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힘들지만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오랜 시간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우리 사회 풍토를 지적했다. 은수미 민주당 노동담당 원내부대표는 “국회와 정부에서 우선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행정해석을 바꾸고 법률을 개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줄여 나가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는 은 의원은 “기업에서도 최소한 법률이 정하는 법정근로시간을 넘어서지 않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오랜 근무시간으로 과로를 호소하는 한국 근로자들은 과연 행복할까. 지난 8월 발간된 삼성경제연구소의 ‘직장인 행복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의 행복 수준 점수는 100점 만점에 평균 55점에 그쳤다.

절반에 달하는 직장인이 수면 부족, 경제적 수입 및 지출 등으로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연령별로는 20대가 48점으로 행복지수가 가장 낮았고 50~55세가 61점으로 가장 높았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직급이 낮고 의사발언의 기회나 권한이 제한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건강을 돌볼 시간이 없는 직장인들은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 20~79세 성인의 당뇨 유병률은 7.7%로 OECD 평균(6.9%, 이하 괄호 속 OECD 평균)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암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남성 290.0명(277.7명), 여성 119.9명(165.8명)으로 OECD 평균보다 남성은 높게, 여성은 낮게 나타났다. 국민 1인당 연간 진찰건수도 13.2회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최소한의 건강한 삶을 영유할 수 있는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등 고용안전망 역시 사각지대가 너무 넓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현재 임금근로자 약 1700만명 중 1000만명 정도만이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다. 무려 700만명이 제외돼 있는 것이다. 이들은 산업재해 시 산재로 인정받기가 어렵고 자연스럽게 치료를 덜 받게 되기 때문에 건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일과 건강한 삶을 영유하기 위한 한국사회의 일자리 전망은 어떨까. 은 의원은 “고용시장이 아직까지 밝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일자리 문제는 양이 아니라 질, 즉 일자리의 조건이다. 현 정부는 일자리의 조건보다는 양을 늘리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일자리를 활성화하겠다고 하는 것은 일자리를 계속 불안정하게 방치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비판했다.

현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고용률 70% 달성률의 우선 목표가 경력단절 여성과 청년, 베이비부머들의 고용을 위한 대책으로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활성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도 “국내 고용시장 전반에 있어 여전히 일자리의 질이 열악하고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일자리의 질을 높이기 위해 대기업과 소기업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근로자들이 근로조건을 기업과 협의할 수 있도록 노동3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은 의원도 “노동3권 보장이 좋은 일자리의 최소 조건이고 지속가능한 일자리의 기본”이라며 “이러한 최소 조건에 정부가 보다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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