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조선업계의 지난해 선박 수주량이 5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가 수주를 앞세운 중국에 밀려 시장 점유율은 2위를 기록했지만, 수주액에서는 1위를 유지했다.
10일 국제 해운·조선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작년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4866만CGT(부가가치 환산톤수)로 2012년보다 92% 늘었다. 이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한 물량은 1607만6986CGT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닥치기 직전인 2008년 수주량(1808만2529CGT) 이후 최대 기록이다. 특히 우리나라 작년 수주량은 2012년(808만6077CGT)보다 99% 늘었다.
국가별 수주량 점유율은 우리나라가 33%로, 1991만CGT를 수주한 중국(40.9%)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 세계 수주량은 2012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덕분에 한국과 중국의 CGT도 같이 늘었다. 그러나 중국이 저가 수주를 앞세워 일본과 유럽의 수주량을 흡수하면서 중국의 점유율이 한국을 앞질렀다. 반면, 일본과 유럽의 지난해 수주 점유율은 전년대비 각각 3.2%, 4.7% 하락했다.
한국은 수주량에서는 중국에 밀렸지만 수주액 1위를 유지, 높은 부가가치의 수주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조선업계는 지난해 수주액 411억 달러를 기록해 326억 달러에 그친 중국과의 격차를 유지했다. 국내 조선기업들이 LNG선이나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첨단·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수주하면서 저가 선박과 물량으로 공략하는 중국보다 더 큰 실적을 거뒀다.
국내 조선업계가 5년만에 최고치 수주량을 세우면서, 조선경기 회복론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 조선 빅3는 올해 수주 목표를 지난해보다 높게 잡았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를 지난해 실적보다 8% 높게 잡은 296억 달러로 책정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올해 수주 목표를 지난해보다 각각 10%, 15% 가량 늘어난 수치로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조선업황이 예전보다 조금 개선됐다”며 “이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올해 수주 목표를 높게 잡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