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뇌물의 힘

입력 2014-01-1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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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현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북한·통일정책학과 석사과정

**02호 어르신, **02호 장남입니다.

제가 아래로 내려가서 공손하게 말씀드리고 부탁드리는 게 옳다고 생각하지만 사정 상, 부족한 글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저희집은 식구가 6명이나 되는 대가족인데 초등학생인 막내가 친구들을 자주 데리고 와서 놀기 때문에 아래층에서는 참으로 불편하리라 생각합니다. 늘 죄송합니다. 아래층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윗집의 소음에 대해 관대하게 만들더군요. 저희 윗집 층간 소음 꽤 심한 편이지만 아래층 어르신의 관대함을 떠올리며 내색 않고 지냅니다.

그러나 간접흡연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르신께서 매일 아침과 저녁에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시는데 그 독한 냄새는 바로 윗집인 저희집으로 그대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제 어머니께서는 천식을 앓고 계십니다. 가끔씩은 호흡 곤란으로 급하게 약을 찾거나 증세가 심하면 입원까지 하십니다. 요즘은 부쩍 천식약을 자주 흡입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더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베란다 흡연, 삼가주셨으면 합니다.

본인 집에서까지 담배를 못 피게 하는 것은 정말 억울할 거라 생각합니다. 제 말은 아예 담배를 피지 마시라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어 함께 고민을 해보자는 것입니다. 서로 마음을 모으다 보면 직접 연기가 올라오는 베란다보다는 거실이나 화장실 환풍기 아래에서 흡연을 하든, 분명 묘책이 있을 것입니다. 아파트 살이, 서로 이해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송구스런 편지 어떻게든 만회해보고자 레모나와 사탕이라는 뇌물 드립니다. 다음에 직접 인사 한 번 드리겠습니다.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이후 아침저녁으로 올라오던 담배연기는 거의 사라졌다. 층간소음과 층간흡연, 이른바 ‘층간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요즘이다. 유명한 부장판사도 층간소음 때문에 위층 주민의 자동차에 손상을 입혔을 정도이니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심각한 문제다. 층간문제의 경우 직접 만나 불만을 토로했다간 큰 오해를 사기 십상이다. 차라리 차분히 상대방과 내 입장을 담은 편지와 간소한 뇌물(?)을 곁들여보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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