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네 곳 중 세 곳 이상이 올해 노사관계가 지난해보다 더욱 불안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는 최근 3년 새 가장 높게 나타난 예측 비율로, 노사관계 안정을 위해서는 관련 법ㆍ제도의 합리적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2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주요 회원기업 23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4년도 노사관계 전망조사'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76.3%가 올해 노사관계가 전년보다 ‘더 불안할 것’으로 답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 조사결과(42.7%)보다 33.6%p 늘어났을 뿐 아니라 노사관계가 불안할 것이라는 전망이 88%에 달했던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반면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은 21.1%, ‘더 안정될 것’이라는 응답은 2.7%에 그쳤다. 이는 올해 통상임금, 정년연장, 근로시간단축 등 산적한 노사관계 현안과 함께 상당수 기업에서 임금교섭과 단체교섭이 동시에 진행되는 짝수해의 특징이 동시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은 ‘통상임금 범위확대’(20.2%)를 올해 노사관계의 최대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이어 ‘정년연장 및 임금피크제 도입(18.3%)’과 ‘근로시간 단축 (13.6%)’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 노동계는 통상임금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집단소송과 법 개정 추진, 단체교섭 요구 등을 통한 통상임금 문제의 지속적 쟁점화를 예고한 상태다.
정치권이 올해 상반기에 다수의 노동 관련 법 개정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정치권의 친 노동계 입법 활동(13.6%)’을 우려하는 기업도 적지 않았다.
기업들은 ‘임금인상(36.6%)’과 ‘복리후생제도 확충(21.8%)’이 올해 임금 및 단체교섭의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기아자동차, 현대중공업 등과 같은 강성 노조 집행부가 선출된 곳을 비롯해 산별노조와 주요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고율의 임금인상, 복리후생 제도 확충 등에 대한 요구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통상임금 범위 확대(13.4%)’와 ‘정년연장(9.4%)’, ‘근로시간 단축(5.0%)’ 등도 중점 논의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한편 응답기업의 57.9%가 노사관계 안정을 위한 정부의 중점 과제로 ‘노사관계 법․제도의 합리적 개선’을 꼽았다. 이는 국제기준에 비해 지나치게 엄격한 고용 관련 법․제도에 대한 기업들의 문제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노사관계의 정치 쟁점화 차단(25.4%)’, ‘산업현장 준법질서 확립(8.8%)’ 등도 중점 과제로 언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