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추기경은 한국천주교의 위상과 기대의 산물

입력 2014-01-13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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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프란치스코가 12일 한국의 세 번째 추기경을 임명한 것은 높아진 한국 천주교의 위상을 반영했다는 분석이 많다.

2006년 정진석 추기경이 서임된 지 불과 8년 만에 새 추기경이 나온 점과 이번에 아시아 국가 가운데 추기경이 새로 임명된 곳은 한국과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뿐이란 점은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한국은 아시아 가톨릭교회 중에서 드물게 스스로 신앙을 받아들였다. 이벽(1754∼1785)과 이승훈(1756∼1801) 등을 중심으로 평신도에 의해 자발적인 천주교 신앙공동체가 탄생했다.

또 전통적인 그리스도 문화권이 아님에도 활발한 해외선교를 벌이고 있고 교황청에 내는 납부금 규모가 세계 8∼9위권인 것을 비롯해 세계 가톨릭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이번 추기경 임명은 한국 가톨릭의 존재감과 위상이 반영됐을 뿐 아니라 앞으로 아시아와 세계 교회에서 더 큰 역할을 해 달라는 요청과 기대도 강하게 담겨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를 위하고, 낮은 곳을 지향하는 교황 프란치스코가 앞으로 한국 가톨릭교회가 이런 쪽에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이번 추기경 임명에 담았다는 것이다.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에 참여할 수 있는 80세 미만인 염수정 추기경을 임명한 것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김수환 추기경이 2009년 선종한 데다 정진석 추기경도 80세를 넘어 이미 퇴임한 상황에서 그 공백을 메운 것이기 때문이다.

현직 서울대교구장인 염 추기경을 임명한 것은 한 나라나 지역을 상징하는 대표성을 지닌 인물을 추기경으로 임명하던 관행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최근 신임 추기경 임명을 앞두고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이 개혁 성향의 추기경 임명을 위한 청원운동을 벌이는 등 천주교 일부에서는 다른 요구가 적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는 관례를 택한 셈이다.

실제로 이번 신임 추기경 명단을 보면 현재 교황청 소속인 추기경 말고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리우데자네이루처럼 그 나라의 대표적 교구를 맡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염 추기경이 교구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교구는 한국의 16개 천주교 교구의 뿌리이자 한국 가톨릭이 시작된 곳이다. 교구 자체가 한국 천주교의 역사인 셈이다.

천주교 관계자는 "신임 추기경 선임과 관련해 교회 안에서 여러 가지 목소리가 나왔지만 현실적으로는 비중 있는 대표교구의 수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많았다"면서 "교황께서 한국교회의 현실과 대표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현실문제에 관심이 많은 개혁 성향의 추기경을 바랐던 분들도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문제라는 걸 알고 있었을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의사 표명을 한 게 아니겠느냐"는 견해를 밝혔다.

천주교 안에서는 세 번째 추기경 탄생에 이어 또다른 희소식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고 있다.

현재 교황청에서 심사 절차가 진행 중인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의 시복(諡福) 청원이 통과돼 올해 안에 시복식이 열리고 교황 프란치스코도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천주교 관계자는 "시복식 개최 가능성은 거의 결정됐다고 봐도 된다. 교황의 방한까지 성사된다면 한국 천주교를 떠나 우리 사회 전체에 아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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