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지난해 12월 31일 전 임직원에게 이같이 당부했다. 올해가 성공적 민영화를 마무리해야 하는 해인 만큼 최선을 다해 민영화 작업을 완수하자는 취지의 발언이다.
이 회장은 지난 10일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민영화에 있어 첫 번째 출발점은 우리 자신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일”이라며 “지난 수년간 우리의 발목을 잡아온 건전성 제고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에게 올해 경영 화두는 두말 할 것도 없이 우리금융 민영화다. 이 회장은 신년사에서 밝힌 ‘시경’에 나온 ‘행백리자 반어구십(行百里者 半於九十)’을 인용하며 “백 리를 가는 사람은 구십 리를 절반으로 생각한다”면서“올해는 반드시 민영화를 달성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고 올 한해 혼신의 힘을 다하자”주문했다.
◇ 민영화 숙원 앞에 ‘해외진출’ 강화 = 이 회장은 올해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우리은행 등 남은 계열사의 군살을 빼고 부실을 털어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사전적 리스크 관리를 통해 대손비용을 줄이고, 그룹 차원의 전사적 수익·비용구조 개선을 통해 경영성과를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앞으로 저성장·저수익 환경에서 우리금융의 미래 생존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효율적인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우리금융이 앞으로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고, 쉬운 일부터 차근차근 실행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민영화을 추진하면서도 해외 진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회장은 “현재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의 돌파구이자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해서도 현재 5% 수준인 해외 자산과 수익 비중을 중장기적으론 15% 수준까지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금융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17개국에 64개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사우다라(SAUDARA)은행과의 인수·합병에 대해 현지 금융당국의 승인이 나면 국내 금융그룹 중 가장 많은 해외 네트워크를 보유하게 된다.
이 회장은 “해외 진출은 금융 수요가 많고 성장 잠재력도 높은 아시아 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현지 영업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 회장은 시너지 제고 차원에서 복합상품이나 복합채널 운용과 통합 마케팅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창조형 중소 기술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단계별 지원안이 확정돼 시행하고 있는 만큼 이 부문에서 많은 영업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그룹 차원의 창조금융 통합 상품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약업종 잠재적 위험 여전”= 이 회장은 올해 국내외 금융시장의 최대 현안으로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금리상승 여파 등으로 인한 경제 여건 불안정을 꼽았다. 그는 “올해 미 연준 양적완화가 점진적으로 축소되고 완전 종료되는 과정에서 국내외 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을 전망”이라며 “오는 2015년 이후로 예상되는 연방금리 인상 기대가 선반영되기 시작하면서 금리상승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국내시장의 경우 3대 취약업종을 중심으로 잠재적 부실 위험이 여전히 상존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 회장은 “대내적으로 조선, 해운, 건설 등 취약업종의 구조조정이 마무리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으나 잠재위험도 여전히 상존해 있다”며 “부실기업들의 구조조정 계획 이행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나 자산매각 등이 동시다발로 이뤄질 예정이어서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리가 급격하게 상승할 경우 한계기업이 늘어날 수 있어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이슈로 대두할 전망”이라며 “기업금융의 강자로서 은행의 역할을 항시 잊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회장은 엔저로 인해 수출업종이 타격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및 금리인상 전망은 환율의 상승(원화 약세) 요인이지만, 국내 경제의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돼 원·달러 환율은 완만하게 하락(원화강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세계경제 지난해보다 성장세 탈 것”= 이 회장은 올해 세계경제 전망과 관련, 선진국의 경기회복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성장세가 완만하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민간부문의 회복을 바탕으로 경기 회복세에 안착하고 후퇴하던 유로존 경제도 성장세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러나 중국의 성장세 저하, 일본의 아베노믹스 지속은 우리 경제의 높은 중국 의존도, 엔저에 따른 제품의 수출경쟁력 저하 등을 감안할 때 우리 경제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우리 경제도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보여 3%대 중반의 GDP 성장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회장은 “글로벌 수요 회복에 따라 수출이 늘어나고 고용 및 투자 촉진 정책에 힘입어 내수도 완만하게 회복될 전망”이라면서 부동산과 건설경기 부진이 장기화되고 국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투자가 충분히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 회장은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국면을 완연히 벗어난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미국 출구전략 등 대외 불확실성에도 유의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