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창조경제 구현의 전제조건

입력 2014-01-1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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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한국벤처협회 명예회장

창조경제는 ‘창조가 돈이 되는 경제’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의 양대 축인 창조성과 실천력 중에서 ‘실천이 쉬워져 가치 사슬이 창조성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1997년 토니 블레어 수상에 의해 출범된 영국식 창조경제가 기존 산업 중 창조적 산업을 선택하는 정책이었다면, 그보다 16년 늦게 출발한 한국의 창조경제는 모든 산업을 창조 산업화하는 창조경제2.0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산업을 창조 산업화하는 근간이 바로 실천이 쉬워지게 하는 혁신 생태계와 개방 플랫폼의 구축이다.

창조경제에 대한 가장 큰 오류 중 하나가 창조경제를 융합이라고 이해하는 것과 융합 기술을 이룩한 기업을 창조경제 표상으로 인지하는 것이다. 창조경제는 융합 자체가 아니라 융합이 쉬워지게 만드는 것이다. 창조성이 촉진되기 위해서는 융합에 따르는 비용이 대폭 축소돼야 한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코스의 정리에 따르면, 거래 비용이 축소되면 시스템은 최적화된다. 융합에 따른 비용이 축소되면 융합은 가속화되고 창조는 촉진된다. 이것이 바로 혁신 생태계다. 당연히 개방형 생태계에서 혁신이 촉진된다. 이것이 개방을 저해하는 일련의 규제들을 풀어야 하고 대기업들의 독점 구조를 열어야 하는 이유다. 따라서 창조경제의 표상은 융합 기술을 구현한 기업이 아니라 융합을 촉진하는 혁신 생태계와 개방 플랫폼으로 해석해야 한다. 즉 스크린 골프 기업이 아니라 카카오 혹은 라인과 같은 혁신 생태계를 창조경제의 표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창조경제 혁신 생태계의 중심에는 창조적 아이디어에 기반한 창업을 이끄는 벤처 생태계가 자리하고 있다. 이제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2002년에서 2004년 사이에 무너진 벤처 생태계를 재건해야 한다. 1995년에서 2000년 사이 우리나라에는 세계적 벤처 생태계를 최단기간에 구축한 사례가 있었다. 벤처기업협회가 주도한 코스닥과 벤처기업특별법이 양대 동력이었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IT 버블 붕괴라는 쓰나미가 몰려왔다. 그 결과 미국의 나스닥과 거의 동일한 형태로 한국의 코스닥 주가가 1/10 이하로 급락했다. 당시 참여정부에서는 이러한 세계적 동조 현상을 국내적 현상으로 오인해 주식옵션, 벤처인증, 엔젤규제, 코스닥 통합이라는 교각살우의 4대 벤처 건전화 정책을 편 결과 벤처 생태계는 괴멸적으로 붕괴됐다. 미국은 정부의 규제가 없어 벤처 생태계가 복원돼 지금 세계 최고의 벤처 환경에서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 스타 기업들이 양산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벤처인들이 신랑감 최고 순위에서 이제는 최하위로 전락하고 말았다.

당시 언론 등에서는 ‘무늬만 벤처’, ‘묻지마 투자’ 등 모호한 신조어로 벤처를 호도했다. 그런데 2000년 이전 창업된 벤처를 중심으로 400개가 넘는 1000억원 벤처가 나타나 90조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전체 매출은 삼성전자를 넘어선다. 벤처는 버블이 아니었다. 벤처에 투자된 금액보다 수백 배가 되는 가치가 창출되고 있다. 벤처는 원래 다산다사(多産多死)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한국의 벤처는 자영업보다 생존율이 두 배나 되고 성공 시 평균 115억원이라는 높은 미래 가치를 창출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2000년 벤처 붐에서 역사적 교훈을 배우려 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 우선 벤처 창업 붐의 역사적 평가를 제대로 해야 한다. 최우선적으로 해결할 과제는 주식옵션, 벤처인증, 코스닥, 기술거래소 등의 벤처 건전화 정책의 규제를 풀어주는 일이다. 주식옵션 제도 없이는 벤처에 우수 인재 공급이 불가능하다. 벤처 인증제도의 회복 없이는 창업 초기 기업 지원을 위한 벤처특별법의 적용에 한계가 있다. 코스닥의 완전 분리 없이는 진정한 벤처 금융시장 발전에 한계가 있다. 기술거래소의 복원 없이는 혁신을 촉진하는 M&A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

1차 벤처 정책에서 유일하게 모자란 부분은 창업자 연대보증이다. 이 부분만 추가로 보완하고 나머지는 2002년 이전으로 회복하는 것이 창조경제 구현을 위한 전제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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