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의 명운이 다음 달 사법부에 의해 줄줄이 결정된다. 재계는 ‘잔인한 2월’을 숨죽인 채 기다리고 있다.
13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다음 달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1월 16일)의 형사 재판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맹희씨(전 제일비료 회장) 유산 상속 민사소송의 결과가 한꺼번에 나올 전망이다.
이는 일부 총수에 대해 재판부가 ‘사건의 중대함’을 이유로 빠른 공판을 진행하는 데다가, 2월 말로 예정된 법원 정기인사 이전에 종결하려는 재판장들의 의지가 작용하고 있다. 법원 인사로 재판장이 바뀔 경우 통상 선고가 2~3개월 가량 늦어질 수 있다.
재계에서 가장 먼저 선고를 받는 총수는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이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1부는 이달 16일 횡령 및 배임 혐의로 박 회장에 대한 선고공판을 연다. 2월 6일에는 김승연 한화 회장 파기환송심의 선고가 내려진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26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지난 1·2심과 같은 징역 9년에 벌금 1500억원을 구형했다.
상고심이 진행 중인 최태원 SK 회장의 정확한 선고일은 나오지 않았지만 2월 말이 유력하다. 법원 정기인사에서 재판장이 바뀔 경우 최 회장의 법정구속 기한(3월 말)을 넘겨 불구속 상태에서 선고해야 하는 부담 때문이다. 상고심은 사실관계를 판단하는 1, 2심과 달리 법률 적용에 잘못이 있는지만 살피는 만큼 비공개로 이뤄진다.
이달 14일 결심공판이 열리는 이재현 CJ 회장의 선고공판도 2월 초로 예정돼 있다. 이 회장이 혐의를 대부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박근혜 정부 들어 최초로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 총수와 달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유산 상속과 관련해 삼성가의 장남 이맹희씨(전 제일비료 회장)가 제기한 민사 소송에 휘말려 있다. 재판부는 화해를 권유했지만 양측의 온도차가 커 시시비비는 결국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합의14부는 이달 14일 마지막 변론 기일을 열고 다음 달 초 판결할 예정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효성과 동양을 끝으로 재계를 향한 사정 당국의 수사가 일단락 됐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면서 “수 년간 진행된 조사와 수사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초미의 관심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