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뮤지컬 한류 추락 막으려면- 이꽃들 문화부 기자

입력 2014-01-1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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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문화부 이꽃들
지난 3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을 찾았다. 고(故) 김광석의 노래와 JYJ 김준수의 만남이라는 기대 속에 막 올린 ‘디셈버’의 공연이 있는 이날 세종문화회관 로비는 일본 팬들의 들뜬 목소리로 가득 찼다. 일본 팬들은 김준수의 작품 포스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디셈버’가 새겨진 후드티, 머그잔 등 관련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 여념이 없었다.

지난해부터 진행된 엔저 현상에 주머니 부담이 커졌음에도 세종문화회관에 빽빽이 들어선 일본 팬들의 반응은 뜨겁기만 했다. ‘디셈버’ 현장 판매분의 50%(인터파크 기준)를 해외 관객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일본팬 등 외국팬들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그러나 막상 막 올린 공연장에서는 한류팬들을 배려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1부 속 1980년대 대학가 배경과 이에 어우러진 고 김광석의 노래는 사실 일본 팬을 포함한 해외 관객의 공감을 사기 힘들다. 한류 스타로서 티켓파워를 자랑해온 김준수를 주연으로 내세운 ‘디셈버’라면 해외 팬의 이해를 도울 만한 곡 제목에 대한 번역 자막 정도는 마련해야 하지 않았을까. 또, 좌석마다 배치된 LCD 모니터가 공연 내내 오로지 한국어로만 곡 소개에 열 올리느라 집중력을 흩트린 것도 아쉬움에 한몫했다.

K팝 아이돌 또는 한류스타 출연의 드라마 콘텐츠가 주를 이루던 한류 열풍이 주춤한 가운데, 3000억원대 규모로 급성장한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외국 관객이 급증하고 있다. 뮤지컬 한류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오롯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한류스타가 출연했다는 이유만으로 한국을 찾아 뮤지컬을 관람하는 외국 팬들은 한국 뮤지컬의 해외 공연의 버팀목 역할도 한다. 2011년 일본에 수출된 ‘빨래’가 대성공을 거두고 일본 내 한국 뮤지컬 전용관이 설립된 것도 바로 한국을 찾아 뮤지컬을 관람하는 한류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류를 위한 요란한 정책도 중요하지만 국내 공연장을 찾는 외국 관객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뮤지컬 한류의 첫 걸음이다. 해외팬들을 위한 자막 제공 등 최소한의 배려가 없다면 뮤지컬 한류의 추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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