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양우석 감독 “대본·배우·관객 한 몸, ‘상식’ 코드 통했다” [스타인터뷰]

입력 2014-01-1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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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첫 1000만 영화 눈앞…송강호는 대본 그 자체

▲영화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 방인권 기자 bink7119@)

영화 ‘변호인’은 잡초 같은 영화이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80년대 부림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개봉과 동시에 일부 우익네티즌의 평점테러, 티켓테러로 몸살을 앓았다. 최근에는 불법파일 유포로 강력대응 방침을 밝혀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호인’은 흥행역사를 쓰고 있다. 16일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 ‘변호인’을 본 관객은 965만1758명, 1000만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배우 송강호의 송강호에 의한 영화로 주목받고 있는 ‘변호인’은 양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웹툰 작가로 활동하던 양 감독에게 ‘변호인’은 심지어 데뷔작이다. 누구보다 마음 졸이며 ‘변호인’을 지켜봤을 양 감독을 14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났다.

인터뷰 일정으로 연일 강행군을 소화 중이라는 양 감독은 다소 피곤한 모습을 엿보였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열정 가득한 눈빛으로 확실한 메시지를 전했다. “사람들은 왜 ‘변호인’에 열광할까?” 가장 궁금하면서도 심오한 질문을 던졌다.

“송강호란 배우에 대한 신뢰가 있고, 그 배우가 표현한 송우석이란 인물이 탄탄한 연기력과 함께 잘 그려졌다. 그리고 모티브가 된 노무현이 잘 보였다. 이 세 가지 층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의 말처럼 ‘변호인’의 영화적 가치는 송강호가 만들었다. 지난해 ‘설국열차’, ‘관상’을 통해 흥행보증수표임을 입증한 송강호는 ‘변호인’에서 한 단계 진화했다.

▲영화 '변호인' 스틸컷(사진 = NEW)

“송강호는 대본 그 자체였다. 본인 역할 뿐만 아니라 영화 전체에 대한 확실한 이해를 가지고 있었다. 모든 배우들이 끊임 없이 긴장하고 고민하며 하나가 됐다. 대본, 배우, 관객이 한 몸으로 구현되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인데 그런 기적을 이뤘다.”

표면적인 이유는 그러했지만 ‘변호인’이 담고 있는 ‘상식’이란 코드는 관객을 관통했다. 양 감독도 이 점에 동의했다.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전세계 어디에나 ‘맞다 틀리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이 상식이다. 비상식은 예전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다. 그걸 시정해서 나아가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사회이다. 빨리 고치느냐, 내버려두느냐의 차이이다. 갓난아이는 어디엔가 실례를 한다. 그것을 빨리 치워주는 부모가 좋은 부모이다.”

양 감독은 ‘변호인’의 흥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참 다행이다”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조금이나마 느껴졌다. ‘변호인’에는 다른 영화보다 수십, 수백개의 댓글이 달렸고, 평점을 깎아내리거나, 티켓을 예매한 후 상영 직전 취소하는 조직적 움직임이 포착됐다.

“두렵지만 겸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오해와 편견을 줄이려고 만든 영화가 오해와 편견을 만들까봐 우려했다. 우리 영화를 같이 이해해주고, 성찰해주는 관객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정말 다행이다. 가끔 무대 인사를 가면 가족단위 관객이 눈에 띈다. 우리의 아버지 세대가 살아온 경험이 지금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해 촉매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영화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 방인권 기자 bink7119@)

양 감독은 현실에 안주하고, 조건 안에 스스로를 맞춰나가는 지금의 젊은 세대에 대한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6.25 전쟁 이후 경제발전을 이룩하고, 정보화라는 개념도 없던 우리가 IT 강국이 된 것은 악조건을 혁파하며 나아간 선배, 부모님 세대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불임 세대’이다.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다는 뜻이다.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그 목표에 대한 확실한 이해만 있다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

단숨에 충무로 흥행감독이 된 양 감독. 그의 차기작은 벌써부터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정작 양 감독은 힘을 빼고 싶다는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이번에 긴장을 많이 했다. 이야기를 만드는 목적보다 전달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부담감이 컸다. 다음 작품을 하게 되면 부담감이 적은 가벼운 작품을 하고 싶다. 현재 구상 중인 여러 소재가 있다. 아무래도 내가 현 상황 나의 호기심을 가장 많이 발생시키는 것을 택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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