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의 피해보상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카드사 영업점 창구는 연일 카드를 재발급받거나 해지하려는 고객들로 큰 혼란이 빚어졌다.
20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 있는 롯데카드센터에는 카드 해지 및 재발급을 신청하려는 1000여명의 고객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후 5시가 넘었지만 오전에 온 고객이 겨우 순서를 맞는 등 북새통이었다.
갑자기 고객이 몰리자 직원들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번호표는 무용지물이었다. 1번부터 500번까지 번호표가 배부되고 다시 1번으로 돌아가길 두 번 반복하는 등 엄청난 혼선을 빚었다.
번호표가 중복되자 고객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한 중년 남성 고객은 “이것 때문에 하루 종일 일도 못 했는데, 누가 보상할 거냐”면서 “잘못을 저질렀으면 번호라도 제대로 불러라”라고 소리를 질렀다.
대기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롯데카드 직원들은 고객 이름과 연락처를 받기 시작했다. 본사에서 3일 내에 전화해 재발급 업무를 처리하겠다는 것. 하지만 고객들은 카드 배송에 일주일이 소요된다는 얘기를 듣고는 “당장 재발급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롯데카드 직원 20여명이 이곳에 투입됐지만 역부족이었다.
한 카드 고객은 이럴 거면 카드사에서 일괄 정지 후 전 고객 재발급을 해 줬으면 좋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은행이 따로 없는 롯데카드와 달리 국민카드나 농협카드는 고객이 은행 창구를 이용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덜 붐볐다. 하지만 고객들의 분노는 마찬가지로 극에 달했다. 카드 해지는 물론 은행 입출금 통장을 새로 발급받는 고객도 눈에 띄었다.
KB국민은행 명동중앙지점에서 만난 자영업자 최모씨는 “10년간 이용해 온 주거래 은행인데 이번 사태에 대한 태도가 너무 안일해 카드를 바꾸려 한다”고 말했다.
일부 고객들은 아침부터 불통인 고객센터 때문에 격앙된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문의가 폭주하면서 앞자리 1588 번호가 한때 먹통이 됐고 KB국민·NH농협·롯데카드 홈페이지는 접속자가 몰려 다운되기도 했다.
회사원 김모씨는 “고객센터에 전화했는데 20분 넘게 통화 대기 중이어서 어쩔 수 없이 직접 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카드사 고객 정보 유출로 인한 불안감으로 이날 반나절에만 20만 건이 넘는 카드 재발급 신청이 접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