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약 1000만 달러(약 106억원).
류현진(26·로스앤젤레스 다저스)과 추신수(31·텍사스 레인저스)의 에이전트로 잘 알려진 스캇 보라스의 연 수입이다. 추신수는 지난해 12월 28일(한국시간) 텍사스와 입단식을 갖고 팀의 일원이 됐다. 7년간 총액 1억3000만 달러(약 1384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통해서였다.
추신수의 계약을 통해 보라스가 얻은 수입은 총액의 5%다. 추신수는 최근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실수령액에 대해 언급했다. “세금이 45%”라고 밝힌 그는 “자산관리사에게 2%, 에이전트에게 5%를 지불한다”고 전했다. 추신수의 말에 따르면 순수하게 그를 통해 얻는 수수료는 650만 달러(약 69억원)인 셈이다. 7년 계약인 만큼 연간으로 계산하면 약 93만 달러(약 9억9000만원)다.
보라스는 미국에서도 이름이 가장 잘 알려진 에이전트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의 대표이사인 그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에는 ‘공공의 적’으로 통한다. 하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최고액의 보증수표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1호 박찬호(은퇴)와 김병현(넥센 히어로즈) 역시 보라스와 손잡았던 바 있다. 박찬호에게는 지난 2001년 텍사스와 5년간 6500만 달러(약 690억원)의 거액 계약을 선사했다. 지난해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미국에 진출한 류현진에게는 협상 마감 시한을 불과 30초 남기고 6년간 3600만 달러(약 383억원)의 계약을 선물했다.
이들 외에도 보라스는 맷 할러데이, 프린스 필더, 제이슨 워스, 라파엘 소리아노, 제러드 위버 등 연봉 1000만 달러 이상의 현역 선수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 대열에 추신수도 당당히 합류한 셈이다. 이처럼 고액 연봉자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는 보라스의 연수입이 1000만 달러를 넘어서는 것은 당연하다. 메이저리그 선수와 관계자들의 연봉을 공개하는 웹사이트 베이스볼 플레이어스 샐러리스에 따르면 보라스는 2013년 수수료로만 약 1100만 달러(약 117억원)를 벌어들였다. 지난 1985년부터 본격적으로 에이전트로 나선 그가 30년가량 벌어들인 수입은 약 1억7000만 달러(약 1809억원)로 추산된다.
물론 보라스가 모든 선수와 끝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배리 본즈, 알렉스 로드리게스, 케빈 브라운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들은 한때 보라스와 손잡았지만 헤어질 때는 설전을 벌였다. 박찬호는 2007년 보라스와 결별하고 제프 보리스와 손을 잡았다. 2007년 보리스와 미국 현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가진 박찬호는 “마음 편히 일을 맡기기가 힘들었다. 세부적인 사항은 밝히지 않을 것”이라며 미묘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던 바 있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은 협상 전문 드림팀
스캇 보라스(61)가 대표인 에이전시 보라스 코퍼레이션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남부 뉴포트비치에 있다. 로스앤젤레스 대표적 부촌으로 알려진 이곳에서 75명의 직원이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 일한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은 오직 야구선수만을 위한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MIT 출신 경제분석가, 변호사, 메이저리그 출신의 스카우트, 전직 구단장뿐 아니라 NASA(미 항공우주국) 출신 컴퓨터 엔지니어까지 망라돼 있다. 또 세계 곳곳의 숨은 보석을 찾기 위해 아시아, 중남미에 스카우트를 배치했다. 여기에는 한국도 포함된다.
조사팀 14인은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경기를 녹화하고 분석해 고객 선수들의 매 경기 성적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한다. 이렇게 축적한 방대한 자료는 시즌이 끝난 뒤 분석을 통해 협상 테이블에 제시된다. 그 자료의 치밀함과 과학성에 구단들이 대응할 논리를 내세우기란 쉽지 않다. 보라스 코퍼레이션은 구단 훈련장을 능가하는 체력 훈련장도 갖췄다. 고객인 선수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끌어낼 수 있도록 스포츠심리학자와 트레이닝 전문가들이 훈련과 재활을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