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비리, 100번의 제도보다 자정 의지가 필요하다[차상엽의 시선]

입력 2014-01-2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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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엽 문화부 차장 겸 스포츠팀장

복마전(伏魔殿). ‘마귀가 숨어있는 전각’이라는 뜻으로 나쁜 일이나 음모가 끊임없이 행해지는 악의 근거지.

이는 복마전의 사전적 의미다. 통상 부정부패, 비리의 온상이 되는 곳을 일컫는 말이다.

지난 15일 김종 문화체육부 제2차관은 산하 2099개 체육단체를 대상으로 한 2010년 이후 단체 운영과 사업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다. 감사 결과 총 337건의 비위가 적발됐다.

조직의 사유화, 단체 운영의 부적정, 심판 운영 불공정, 횡령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단체별로도 대한체육회, 국민생활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 등이 망라됐다. 그 결과 10개 단체를 대상으로 수사를 의뢰했고 15억5100만원을 환수했으며 15명에 대해서는 문책을 요구했다.

대한공수도연맹은 회장과 그의 자녀들이 회장을 비롯한 요직을 맡았다. 이 과정에서 부회장을 맡은 딸은 선수훈련 수당 약 1억5000만원을 횡령했다. 2007년부터 무려 4년간 대표선수들의 개인통장을 관리한 것. 대한배구협회는 협회 건물 매입 과정에서 가격을 부풀렸다가 적발됐다. 그밖에도 금전적인 비리 정황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복마전’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하지 않은 행태다.

감사를 통해 낱낱이 파헤쳐졌지만 체육계 비리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수와 선수 가족이 받는다. 태권도 경기에서 편파 판정의 희생양이 된 선수의 아버지가 자살을 택하고, 파벌 싸움으로 얼룩져 세계 정상급 쇼트트랙 선수인 안현수가 결국 러시아 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해야 하는 상황 등이 그 예다. 오죽하면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체육계의 비리를 언급하며 비리 척결 의지를 보였을 정도다.

정치인이 종목 단체의 수장을 맡고 있는 경우에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 어쩌다 경기장을 방문하는 날이면 단체 임원들이 총출동해 경기 내내 주변을 지키는 것은 물론 정해진 경기 시간보다 늦게 경기장에 도착하면 경기 시작 시간 정도는 손쉽게 연기된다. 경기 시간은 팬과의 약속이다. 그들에게는 ‘단지’ 몇 십분일지 모르지만 팬과의 약속인 경기 시간까지 미뤄가며 수장의 눈치를 보는 단체가 제대로 굴러갈 리는 만무하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체육계 전반에 대한 부정부패, 비리 등을 척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다행이다. 문화체육부는 ‘스포츠 공정위원회(가칭)’를 설립해 공정성 확보에 노력하고 ‘스포츠 3.0위원회’를 출범해 선진 체육시스템 구축을 위한 자문 역할을 수행토록 할 예정이다.

하지만 100개, 1000개의 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다. 여태껏 체육계의 비리 의혹은 수십 혹은 수백 차례 제기됐지만 제대로 척결된 적이 없었다. 재발의 여지를 남겨놓은 채 서둘러 봉합하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집중해야 할 것은 썩은 부위를 완전히 도려내는 일이다. ‘암세포도 생명’이라는 정신 나간 생각을 하는 사람은 적어도 체육계에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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