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가정폭력 아버지 살해 고교생 '집행유예'

입력 2014-01-23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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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아버지를 살해한 고교생이 구속 5개월여만에 집행유예로 석방됐다.

대전지법 제12형사부(안병욱 부장판사)는 존속살해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모(17)군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정군은 지난해 8월 16일 저녁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린 사실을 전해 들은 상태에서 다음 날 오전 4시 30분께 집 거실에서 어머니와 심하게 부부싸움을 벌인 뒤 잠든 아버지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군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가 어머니를 폭행하는 모습을 처음 목격하고 큰 충격에 빠진 뒤 우울감과 불안감에 시달려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에도 어머니에 대한 아버지의 폭력이 끊이지 않자 자신이 말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고교 1학년 때 자살을 시도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범행 당시에도 아버지가 가족을 다 죽일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공포감과 분노감을 통제하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이 같은 정황을 감안해 "두려움으로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순간적이고 우발적 충동으로 저지른 범행"이라며 "존엄한 생명을 침해한 행위는 엄중히 처벌해야 마땅하지만 정군의 아버지가 계속 가정폭력을 일삼으며 어린 자녀들을 방치한 만큼 그에게도 이 사건 발생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정군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사실을 평생 가슴에 안고 고통스럽게 살아갈 것이고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소년인 점을 참작, 이 사건 범행을 단순히 패륜이라는 결과적 잣대로만 평가해 그 책임을 무겁게 물을 수 없고 조속한 사회복귀를 통해 학업에 정진하게 함으로써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하는 것이 실형의 복역보다 피고인의 장래와 사회공동의 이익을 위해 합리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심원 7명도 만장일치로 심신미약을 인정했다. 반면 검찰은 단기 5년, 장기 7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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