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현장을 가다]용접용 마스크 쓰자 눈앞이 ‘캄캄’…손은 ‘부들부들’

입력 2014-01-2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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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체험…‘완벽품질’ 향한 장인열정 대단

▲권태성 산업부 기자가 지난 15일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주) 기술교육원에서 박상기 대우조선해양 기술교육원 부장의 도움을 받아 ?용접을 하고 있다(위 큰 사진). 권 기자가 용접체험에 앞서 용접복을 입고 있다(아래 왼쪽 사진).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들이 곡가공(용접열이나 압력기 등을 통해 철판을 구부리는 과정) 자동화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최유진 기자 strongman55@
눈만 빼고 얼굴을 뒤덮은 철판 마스크, 손끝에서 새어나오는 불꽃. 영화 아이언맨의 이야기가 아니다. TV에서 방송되는 애국가 영상이나 산업 현장 뉴스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용접공의 모습이다. 지난 14일 ‘조선소의 꽃’이라 불리는 용접 체험을 하기 위해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았다.

◇여의도 면적 1.5배…‘작은 도시’= 옥포조선소에 들어서자 그 위용에 압도당했다.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달하는 광활한 대지 위에는 30층짜리 빌딩보다 높아 보이는 골리앗크레인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한쪽에는 축구장 8개 넓이의 ‘드라이 독’과 성인 남성 200만명이 한꺼번에 올라서도 끄떡 없는 초대형 ‘플로팅 독’이 서 있었다. 이곳의 작업 인원은 4만5000여명. 강원도 태백시의 인구와 맞먹는 규모다. 마치 작은 도시에 들어선 느낌이다.

옥포조선소는 부산에서 약 47km 직선거리에 있는 한반도 남동 해안의 거제도 옥포만에 위치해 있다. 옥포만은 수심 11~13m, 연평균 기온 17도의 온화한 날씨와 바람을 막아주는 산으로 둘러싸여 선박 건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옥포만은 임진왜란 때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왜적선 30여척을 격침시킨 유서 깊은 장소이기도 하다.

옥포조선소는 1973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따라 건설 중이던 조선소를 1978년 대우그룹이 인수하면서 탄생했다. 이후 5년 만에 1억불 수출탑을 받았고, 전투잠수함 건조, 선박 수주 세계 1위 기록을 세우면서 한국 조선산업과 함께 성장했다.

◇용접작업 개시… “옷부터 입고 시작합시다”= 일일체험 스승인 박상기 기술교육원 부장의 첫 번째 지시가 떨어졌다. 용접복을 입는 것부터 험난했다. 가슴까지 올라오는 멜빵바지를 입고 멜빵을 단단히 조였다. 그 위에 작업복 상의를 입고, 바지 밑단과 작업신발 사이로 불꽃이 튀지 않도록 바지단도 촘촘히 여맸다. 엄지와 검지만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벙어리 장갑과 귀마개, 방진마스크도 착용했다. 여기에 용접열로부터 눈과 얼굴을 보호해줄 용접용 마스크까지 쓴 뒤에야 준비가 겨우 끝났다.

“용접할 곳에 용접토치를 대고, 마스크 가리개를 내리고, 건 레버를 당기세요.” 박 부장의 설명대로 이산화탄소 용접기를 들고 몸을 움직였다. 마스크 눈가리개를 내리자 눈앞이 캄캄했다. 용접불꽃은 1100도에서 1650도에 달하는 온도 만큼이나 그냥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눈이 부셨다. 용접 마스크의 눈가리개는 뜨거운 용접 불꽃 열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굉장히 어둡게 코팅돼 있다. 용접불꽃만 보일뿐 철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위, 아래, 좀 더 빨리, 천천히”라고 외치는 소리에 두 손은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만”이라는 말과 함께 용접토치를 내려놓고 마스크 눈가리개를 올렸다. 용접 모양이 하늘을 향해 승천할 기세로 삐딱하다. “이렇게 하면 불량입니다. 불량.” 곧 바로 쓴소리가 이어졌다.

이산화탄소 용접은 철을 녹여 붙이는 순간 이산화탄소가 용접 부위와 공기의 접촉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때의 관건은 속도다. 용접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거나 느리면 비드(용접 작업에서 용착 부분에 생기는 띠 모양의 볼록모양)에 기포가 생겨 불량이 발생한다. 또 용접토치의 레버를 당기면 가늘고 긴 와이어가 나오는데, 이 와이어와 철판과의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용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와이어가 뜨거운 열에 녹으면서 철판에 녹아 붙는 원리다.

한 시간 남짓 반복 학습을 했다. 이제는 제법 수평은 맞았다. 그러나 일정하지 않은 용접 속도 탓에 비드가 들쭉날쭉했다. 이번에는 난이도가 한 단계 높은 수직 용접을 실시했다. 수직용접은 수평용접과는 천지 차였다. 위에서 아래로 용접을 하면서 내려오는데, 높은 온도에 녹은 와이어가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 속도와 비드의 두께를 유지하기란 정말 어려웠다.

용접기술은 배를 만들 때 철판과 철판을 잇는 데 매번 사용된다. 철판을 이어 만들어진 블록은 다시 블록과 블록이 모여 슈퍼 블록을 만들고, 슈퍼 블록은 약 12개가 모여 배 1척이 된다. 이 모든 과정에 용접작업이 반드시 포함된다. 그래서 용접은 ‘조선소의 꽃’이라 불린다.

◇조선 용접의 사관학교, 대우조선해양 기술교육원= 용접은 가로, 세로, 곡선부위 용접, 밑에서 위를 향해 하는 상향 용접 등 난이도에 따라 레벨이 나뉜다. 이곳 기술교육원에는 용접을 처음 배우는 사람뿐만 아니라 레벨을 올리기 위해 교육을 받는 사람도 많다. 용접기술은 개인 편차가 크기 때문에 10년이 걸려도 레벨을 올리지 못하는 사람이 생기기도 한다.

박 부장이 설명하는 용접작업은 결코 한 순간에 쉽게 되는 일이 아니었다.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기술을 연마하는 그야말로 ‘장인’에 가까운 마음과 노력이 필요하다.

“예전에 조선학과 교수가 용접을 직접 배우겠다고 찾아와 5일 동안 교육을 받은 적도 있어요. 이론이 박식해도 현장을 모르면 학생들에게 제대로 가르쳐주기가 어렵습니다. 그만큼 용접은 직접 체험해 보지 않고서는 얼마나 어렵고 대단한 일인지 잘 몰라요.”

계속된 용접 훈련에 어깨와 허리가 저려오기 시작했다. 바람을 쐬기 위해 잠깐 쉬는 틈을 타 교육장 밖으로 향했다. 빠져나가는 동안 마주친 다른 교육생들은 기자가 입은 하늘색과 달리 모두 까만색 용접복을 입고 있었다. 호기심에 가까이서 자세히 보니 모든 게 교육의 흔적이었다. 얼마나 많은 시간 연습을 거듭했는지 용접복이 시커멓게 변한 것이다. 박 부장은 학생들을 가리키며 “수개월씩 교육원에서 먹고 자며 용접 교육을 받고 있다”고 했다.

옥포조선소 기술교육원은 4300㎡(약 1300평)의 면적에 이산화탄소 용접기 300대, TIG 용접기 70개를 갖추고 있다. 최대 5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현재 약 20명의 전담 교사들이 300여명의 훈련생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교육생에게 숙식과 교육비를 지급하며 다양한 기술 교육을 하고 있다. 수료 후에는 대우조선해양이나 협력사로 취업도 연계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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