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대한민국 축구와 서비스산업 진화의 과제

입력 2014-01-2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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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찬 가톨릭대 대학발전추진단장ㆍ아시아 중소기업협의회 회장

우리나라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가 서비스산업이다. 정부 핵심 국정 과제의 하나이면서도 아직 추진이 미흡한 분야로 지적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한 산업이기도 하다.

우리 서비스 분야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2002년 이전의 대한민국 축구처럼 담을 쌓아가는 폐쇄형 만리장성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벽을 쌓아간 만큼 구성원 간 협력하는 생태계이기보다는 스펙에 의존해 끼리끼리 갈등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과거 한국대표팀이 ‘연세대 4, 고려대 4, 나머지 2’로 할당했다는 442전술과 같다. 당시 축구협회는 연·고대 대표선수 선발과 기용 등 스펙 간 갈등이 많았다. 또한 단독 드리블 잘하는 선수가 인기가 있었는데 이회택, 차범근 등 유명선수들은 전부 단독 드리블 명수였다.

그런데 2002년 이후 한국 축구에 커다란 변화가 일었다. 새로 영입된 히딩크 감독은 스펙엔 관심이 없고 패스 안 하고 열심히 안 뛰는 선수를 대표팀에서 쫓아내는 대신 열심히 뛰고 협력하는 선수들을 선발했다. 그만큼 게임에서 영역별 전문화가 이뤄지고 협력의 시너지가 만들어졌다. 또한 자기 골에만 관심이 있는 단독 드리블형 거만한 선수는 히딩크 감독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 그때 선발된 대표적인 선수가 박지성 선수이다. 이른바 한국 축구에 로마식 개방형 생태계 모델이 도입된 것이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나가수)에서 유명 가수임에도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가수가 국민의 사랑을 받듯, 당시 전·후반 혼신의 힘을 다해 뛰어주는 대표선수들을 향해 수백만 국민들이 모여 응원을 해줬다. 선수의 목표는 관중이 좋아할 때까지 혁신하고 열심히 뛰는 것이었다. 그 결과 2002년 한국 축구에 신화가 만들어졌다.

결국 한국 축구의 진화는 닫힌 만리장성 모델을 넘어 열린 생태계 모델로 바꾼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이제 우리의 서비스산업도 닫힌 만리장성 모델에서 열린 생태계 모델로 바꾸는 것에서 혁신의 방향을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은 아직도 2002년 이전의 한국 축구와 같은 폐쇄형 스펙형 모델이다. 서비스법인들이 많지만 법인 간 협력구조가 부족하기 때문에 전문화와 분업관계로 발전하기 어렵다. 회사 내에서도 협력하고 분업구조에 의한 시너지를 만들어내기보다 스펙과 계파형 업무구조를 가지고 있다. 내부에서 유능한 사람을 키워내는 경작형이기보다는 외부에서 스카우트해 잠시 활용하는 수확형 모델이다. 지도자 역시 열심히 뛰고 자기를 혁신한 내부 성장형보다 계파와 외부 인맥을 활용한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런 지도자들은 내부 구성원과 외부 소비자 관리보다는 외부 인맥과 내부 권한 행사에 관심이 많아, 글로벌 서비스시장엔 관심이 없고 내수시장에서 제로섬게임에 몰두해 서비스산업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서비스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한 과제는 무엇보다도 서비스산업을 시장관점 경영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특히 국가경제 성장률이 떨어질수록 해외시장의 중요성은 커진다.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은 글로벌화가 그 원천이 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경제는 글로벌화를 중심으로 역동적으로 발전과 성장을 거듭해왔다. 1996년 우리나라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수출 비중이 27.7%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GDP 대비 57%에 이른다. 대기업들도 매출에서 차지하는 글로벌시장 비중이 70% 이상으로 점차 확대하고 있다.

경제성장률의 저하만큼 국내시장의 성장은 침체되면서 글로벌시장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글로벌화가 뒤떨어진 조직일수록 수익성이 낮아지고, 갈라파고스 신드롬처럼 외부환경에서 고립된 진화는 면역력이 떨어져 도태되고 만다.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에서도 전형적인 갈라파고스 문제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서비스산업이 성공하려면 해외시장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해외시장에 판매할 수 없는 서비스 분야는 결코 미래의 신성장동력이 되기 어렵다. 오늘날 최고의 인재들이 모이는 의료, 법률, 금융 분야는 전형적인 스펙형 폐쇄 모델이다. 서비스 분야의 히딩크는 없는가. 해외시장을 두고 열심히 안 뛰는 스펙 좋은 선수를 퇴출시키고 나가수처럼 열심히 뛰는 열린 생태계 모델만이 서비스산업을 국가성장의 신성장동력으로 이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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