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주 잔혹사'…대주주들 반복되는 '먹튀' 논란

입력 2014-02-03 06:20 수정 2014-02-03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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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각종 테마주가 시장의 관심을 받는 틈을 타 일부 대주주와 친인척이 지분 매각으로 거액의 시세 차익을 챙겨 또다시 '먹튀'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2012년 대선 정치인 테마주 열풍 때에도 이와 유사한 대주주들의 행태로 일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일이 있어 대주주와 친인척들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 테마주로 분류된 동원수산의 최대주주 일가가 주가가 급등한 틈을 타 보유 주식 일부를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동원수산은 최대주주인 왕기철 대표와 친인척 5명이 22일 보유 주식 26만5천200주(7.07%)를 장내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주주별로는 왕 대표가 16만5천200주를 팔았고, 고(故) 왕윤국 명예회장의 둘째 부인인 박경임씨와 왕 대표의 여자 형제인 왕기은·기숙·기원·기미씨가 각각 1만5천~2만5천주 가량을 매도했다.

이들이 보유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판 시점은 최근 AI가 발생한 이후 동원수산 주가가 크게 뛰어올랐을 때다.

AI 발병 소식이 주가에 반영되기 전인 16일치와 비교했을 때 당일 주가는 최대 16.6% 고평가돼 있었다. 지분매각을 통해 약 5억원의 차익을 챙겼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처럼 테마주가 급등한 시점을 노려 해당 종목의 대주주나 특수관계인들이 지분을 팔아치워 차익을 챙기는 행태는 처음이 아니다.

18대 대선 유력후보 3인과 관련해 급등락을 보인 79개 대선 테마주의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들도 2012년 보유 지분 9천760만주를 901차례에 걸쳐 장내 매도했다.

당시 대선 테마주가 평균 225%가량 고평가됐던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지분매각으로 챙긴 차익은 약 3천154억원으로 추정된다.

최근 떠오르는 테마주들은 대선 테마주만큼 주가 등락폭이 크지는 않지만, 대신 종류가 이전보다 다양해져 비슷한 움직임이 또다시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증시 관계자들은 "최대주주도 일종의 투자자라는 관점에서 이들의 주식 매각이 법적으로 문제되진 않는다"며 "다만 사회적 책임이 있는 기업인이나 오너 일가가 개미 투자자의 손실을 부추겼다는 점에서는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원수산의 주가는 AI 발병으로 지난 20일 최고가인 1만3천650원까지 급등했다가 오너 일가가 주식을 매도한 이튿날 5% 가까이 폭락하기 시작해 29일 1만1천150원까지 하락했다.

막차를 탄 투자자는 최대 18.3%의 손실을 봤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기업 실적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한탕'만 노리고 테마주에 뛰어드는 투자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현재 동양증권 연구원은 "테마주 인기가 단기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만 막차에 안 걸리면 된다'는 심리로 투자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다"며 "위험성이 높은 테마주 투자는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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