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컴퓨터(PC)시대의 두 주역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설립자와 스티브 발머 최고경영자(CEO)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8월 돌발 사임 의사를 밝힌 발머 CEO는 올해 새로 선임될 CEO에게 자리를 넘겨주게 된다. 회사의 설립자이자 현재 회장인 게이츠는 회장직에서 물러나지만 MS의 제품 개발 총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고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은퇴를 앞둔 발머 CEO의 14년간 업적에 관한 평가는 엇갈린다. 컴퓨토 운영체제(OS) ‘윈도’를 바탕으로 PC전성시대에 안주한 탓에 모바일과 인터넷 서비스 등 IT 흐름을 간파하지 못하고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에 뒤쳐졌다는 부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발머가 게이츠를 이어 CEO를 맡을 당시 발머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컸다. 발머가 CEO직을 맡게 된다는 공식 발표가 있기 전 회사의 시가총액은 시스코와 인텔 등에 뒤졌으나 발머가 CEO로 공식 취임을 일주일 앞둔 2000년 1월27일 회사의 시총은 594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발머 CEO가 MS를 전통적 IT 기업 중 가장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최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으로 여전히 인텔과 시스코를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발머 CEO가 임기를 시작한 2000년 MS의 40분의 1에 불과했던 애플의 시가총액은 현재 IT업종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매트 매킬웨인 매드로나벤처그룹 이사는 “꾸준한 매출과 기업가치 성장세를 감안한다면 MS는 전통적으로 대규모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IT 기업 중 가장 성공한 기업”이라면서“다만 그에 걸맞은 기쁨을 투자자들에게 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회사는 발머가 사임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이후 현재 차기 CEO 인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앨런 멀러리 포드 CEO에서부터 스티브 말렌코프 퀄컴 CEO 내정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CEO들이 후보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는 현재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를 총괄하고 있는 사티야 나델라 MS 수석 부사장을 차기 CEO로 지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