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스타를 말하다] 심은경 “저 진짜 할머니 같았나요? 예쁜 역할보다 연기가 우선”

입력 2014-02-0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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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수상한 그녀’ 오두리 역…지금도 할머니 말투 남아있어

▲'수상한 그녀' 배우 심은경(사진 = 장세영 기자 photothink@)

안녕하세요. 심은경입니다. ‘써니’, ‘광해 왕이 된 남자’로 관객 여러분의 사랑을 받은 게 엊그제 같은데 ‘수상한 그녀’로 다시 인사드리게 됐습니다. 이번에는 50년 전 처녀 시절로 돌아간 오두리 역을 맡았습니다. 능청스러운 할머니 연기를 위해 최선을 다했어요. 처음엔 시나리오를 보고 부담감을 느꼈어요. 제가 할머니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이야기였거든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야 했죠. 저에게 맞지 않는 옷이라는 생각에 출연을 고사할까 생각도 했었는데 성동일 선배님과 눈물로 교감하는 부분을 보고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담감과 걱정은 미루고 마음이 향하는 대로 연기했어요.

특히 1인 2역을 표현하기 위해 나문희 선생님과의 호흡에 초점을 맞췄어요. 나문희 선생님은 대한민국에서 연기를 제일 잘하시는 여배우예요. 혹시 제가 실망시키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섰어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따뜻한 위로와 조언을 해 주셨어요. 단 둘이서 대본 연습을 하며 캐릭터의 틀을 잡을 때 나문희 선생님께 맞춰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지금도 할머니 말투가 남아 있는 것 같다고요? 작년 여름 영화에 푹 빠져서 지냈어요. 그래서 그런지 오두리의 습관, 특징이 남아 있나 봐요. 요즘에는 또 할머니 사투리로 무대 인사를 다니고 있어요. 원래 제가 말을 느릿느릿하기도 해요(웃음).

‘수상한 그녀’에 대한 관객분들의 호평이 많은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박씨(박인환) 집 마당에서 박나영(김현숙)과 오두리가 한밤중에 소동을 벌이는 장면이에요. 촬영할 때도 가장 재밌게 찍었던 부분이에요. 나영이가 박씨와 오두리의 사이를 오해하고 가정이 파탄 날 정도의 심각한 장면인데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웃음을 자아냈어요. 세 연기자의 오묘한 조화가 잘 이뤄졌죠.

주변에서 저를 보고 ‘조숙하다’고 말해 주시는데 전 이제 스물한 살이에요. 저는 연기를 한다는 것 외에는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평범한 사람이에요. 읽는 책과 듣는 음악이 또래 아이들의 것과 다르다고 하시는데 그건 취향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이번 역할이 할머니 역할이라 더 그렇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극중 예쁘게 나오지 않은 것이 속상하진 않아요. 속상할 필요가 없죠. 역할대로 보여야 하는 것이 배우의 임무이니까요. 물론 예쁘게 보이는 것에 관심이 많고, 그렇게 보이고 싶죠. 하지만 그건 두 번째로 생각해야 할 문제예요. 예쁘게 보일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많아요. 그런 점은 크게 신경 안 써요. 배우가 신경 쓸 부분은 연기니까요.

영화에서 오말순 할머니에게 “50년은 젊게 해 드릴게요”란 말을 하잖아요. 전 10살에 데뷔해 지금까지 연기 생활을 이어왔지만 현실에 만족해요. 돌아가고 싶은 순간도 있고, 후회스러운 순간도 있지만 그런 부분들은 과거로 남겨둬야 할 것 같아요. 아쉬운 순간이 있기 때문에 현실을 더 알차게 살아갈 수 있어요. 지금 최선을 다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어요. 지금은 연기를 평생 하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연기할 때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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