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영의 너섬만필]‘담배소송’ 엇박자

입력 2014-02-0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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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면서 알려진 담배. 시가 형태로 유럽에 전해진 담배는 당시 귀족사회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신대륙의 진기한 물품인데다 독특한 향과 연기가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근거 없는 믿음이 더해지면서 유행했던 것. 담배 맛을 본 사람들은 중독증상을 보였고, 영국의 제임스 1세는 ‘건강에 해롭다’는 주치의의 말을 들어 1604년 금연령까지 내렸다. 당시 그는 “담배는 눈과 두뇌에 해로우며, 폐에 위험하고 그 연기가 마치 밑창도 없는 지옥에서 새어 나오는 것 같다”고 담배의 위해성을 갈파했다.

한반도에는 조선조 때 왜인을 통해 담배가 유래됐다는 게 정설. 광해군 초 담배씨를 일본에서 들여와 본격적인 재배가 시작됐다. 초가집이 많았던 당시 담배로 인한 화재가 빈번하자, 조선 인조는 금연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처럼 담배가 전래한 곳은 어디든, 당시 위정자들은 담배의 이런저런 폐해에 관심을 두고 이를 막기 위해 금연령까지 내렸지만 막지 못했다.

담배는 술과 함께 대표적인 기호식품으로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신체에 이로운 물질이나 성분은 없지만, 한번 그 맛과 향에 도취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아 애연가와 애주가를 양산해 왔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KT&G 담배갑에 ‘건강에 해로운 담배, 일단 흡연하면 끊기가 매우 어렵습니다’라는 자기 고백적 경고 문구까지 등장했을까 싶다.

사실 담배의 유해성을 규명하려는 노력은 끊임 없었다. 특히 흡연과 폐암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데 주력했다. 지난 1964년 미국 공중위생국장 루서 테리는 이른바 ‘테리보고서’를 통해 흡연이 유발할 수 있는 질병으로 폐암을 지목했다.

이 테리보고서 발표 50주년을 맞아 최근 현직 공중위생국장 명의의 새 보고서가 발표됐다. 새 보고서는 흡연이 폐암 외에도 2형 당뇨와 류머티즘, 발기 부전, 노년 실명을 가져오는 시력 감퇴, 간암, 직장암, 선천성 입천장파열을 유발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더구나 ‘담배가 이들 질병의 원인’이라고 명시까지 했다. 담배의 폐해가 또다시 확인된 셈이다.

지난 1990년대까지만 해도 담배회사들은 담배소송 ‘불패신화’를 이어갔다. 그 대부분이 개인 소송으로,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쉽지 않았고, 담배회사의 위법성을 밝혀내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7년 제시 윌리엄스가 필립모리스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보상적 배상 82만달러, 징벌적 배상 7950만달러를 인정받은 이후 담배회사의 견고한 방어논리도 점차 무너져가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세기의 재판이 될 ‘담배소송’의 서막이 올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르면 3월 중 소를 제기할 방침이다. 소송 주체가 개인이 아닌 준정부기관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KT&G의 주주 기획재정부와 예산문제로 재정부 눈치를 보는 보건복지부가 건보공단과 엇박자를 내는 것은 마뜩잖다. 건보공단은 소송 이전에 엇박자부터 바로잡아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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