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클럽' 바이에른과 궁합이 맞지 않았던 선수들[차상엽의 독일축구 이야기]

입력 2014-02-04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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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바이에른으로 이적한 마리오 괴체(사진=AP/뉴시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전을 앞두고 바이에른 뮌헨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공격자원인 마리오 괴체의 영입 사실을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 1월 바이에른은 도르트문트의 또 다른 공격자원인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의 영입을 발표했다. 올시즌 바이에른에 합류한 괴체는 팀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잡았고 다음 시즌 합류할 레반도프스키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커졌다.

바이에른은 로이 마카이, 루카 토니, 하비 마르티네스 등 타리그에서 활약중인 선수를 영입하기도 하지만 분데스리가 내에서 검증된 선수들을 주로 영입하는 전략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나름대로 리그 내 스타급 선수들의 타리그 유출을 막는다는 차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선수들을 싹쓸이해서 경쟁팀의 전력을 의도적으로 약화시킨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오반 엘버, 미하엘 발락, 제 호베르투, 루시우, 토르스텐 프링스, 미로슬라프 클로제, 클라우디오 피자로, 니코·로베르트 코바치 형제, 발레리앙 이스마엘, 단테, 마누엘 노이어 등 리그 내에서 검증된 수많은 선수들이 바이에른에 입성했고 성공가도를 달렸고 현재 스쿼드에도 많은 선수들이 포진해 있다.

하지만 리그 내에서 아무리 검증된 선수라 해도 바이에른에서의 성공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바이에른으로 이적해 빛을 보지 못한 채 잊혀진 선수로 전락한 경우도 있다. 이중에는 바이에른을 떠나 일찌감치 새로운 둥지를 찾아 떠나면서 위기에서 탈출한 경우도 있지만 바이에른에서 그대로 잊혀진 채 선수 생명도 내리막길을 걸어 존재감이 사라진 선수도 있다.

오래전 일이지만 1996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맹활약한 이란의 장신 공격수 알리 다에이는 당시의 활약으로 아르미니아 빌리펠트로 이적하며 분데스리가에 입성했다. 97/98 시즌 빌레펠트에서 7골을 넣은 다에이는 이듬 시즌 곧바로 바이에른으로 이적했다. 98/99 시즌 다에이는 23경기에서 6골을 뽑아내며 비교적 준수한 활약을 했지만 선발 출전한 경기는 12경기에 불과했을 정도로 확고한 주전과는 거리가 있었다. 당시 바이에른은 카르스텐 양커와 엘버라는 걸출한 공격수들이 있었고 역대 최고의 백업 공격수 알렉산더 지클러까지 포진해 있었다. 다에이는 바이에른에서 한 시즌을 보낸 뒤 이후 곧바로 헤르타 BSC로 이적해 3시즌을 더 보낸 뒤 UAE 리그로 돌아갔다. 바이에른에서 리그 우승,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리그컵 우승 등을 이뤘지만 딱히 성공적이었다고는 보기 힘든 경우였다.

04/05 시즌에는 또 한 명의 이란 선수 바히드 하세미안이 바이에른에 입성했다. 이전까지 VfL 보쿰에서 활약한 그는 03/04 시즌 보쿰에서 16골 7도움으로 득점 공동 4위에 오르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바이에른에서 그는 마카이, 피자로, 파올로 게레로 등에게 밀려 철저히 백업에 머물렀고 단 9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다. 선발 출장은 단 2경기였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조별 라운드 단 2경기에 교체로 나서 22분간만 그라운드를 밟았을 뿐이다. 그나마 DFB 포칼 16강전에서 교체 출장해 1골을 기록해 바이에른 유니폼을 입고 득점은 올릴 수 있었던 것이 위안이었다.

필립 람 이전 바이에른의 왼쪽 풀백을 맡았고 독일 대표선수로도 활약했던 토비아스 라우 역시 바이에른과는 궁합이 맞지 않았던 선수다. VfL 볼프스부르크에서 발군의 기량을 선보이며 03/04 시즌 바이에른으로 이적한 라우는 두 시즌간 바이에른에 머물렀고 첫 시즌 8경기, 두 번째 시즌 5경기 출장에 그쳤다. 부담을 극복하지 못한 그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질병까지 얻어 차츰 팬들의 기억에서도 지워졌다. 05/06 시즌 빌레펠트로 이적한 그는 재도약을 노렸지만 결국 2009년 27세의 나이로 현역 은퇴를 선언하고 빌레펠트 대학에서 스포츠, 교육, 화학 등을 전공하는 평범한 대학생으로 변신했다. 현재는 2012년부터 아마추어팀 TV 노이엔키르헨에서 간간이 뛰고 있을 뿐이다.

바이에른의 더비 라이벌 1860 뮌헨의 간판선수로 활약했던 안드레아스 괴를리츠는 03/04 시즌 팀이 2부리그로 강등되면서 이듬 시즌 바이에른으로 이적했다. 대표팀에서도 활약했던 괴를리츠는 하지만 프랑스 대표 빌리 사뇰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세 시즌 동안 주전 자리를 확보하지 못했고 결국 칼스루에 SC로 임대를 떠나며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다시 바이에른으로 복귀해 또 다시 부침을 겪으며 잊혀졌고 이후 당시 2부리그 팀이던 잉골슈타트 04로 이적하면서 바이에른과의 인연도 끝났다.

07/08 시즌 합류한 얀 슐라우드라프 역시 마찬가지다. 이전 시즌 알레만니아 아헨에서 주전 공격수로 활약한 그는 당시의 활약으로 대표팀에도 발탁됐지만 바이에른에서는 토니, 클로제 등에 밀려 제대로 출장 시간조차 잡기 어려웠고 루카스 포돌스키까지 포진해 있어 더더욱 경기에 나서기는 어려웠다. 결국 슐라우드라프는 단 한 시즌간 8경기에 출장해 무득점으로 시즌을 마감했고 이듬 시즌 하노버 96으로 이적하면서 바이에른과의 인연을 빨리 접었다. 8경기 중 선발 출전한 경기는 단 1번이었고 바이에른 유니폼을 입고 기록한 득점은 단 1골도 없었다. 슐라우드라프는 08/09 시즌부터 현재까지 하노버에서 꾸준한 활약을 하고 있다.

물론 이밖에도 바이에른에서 성공하지 못한 사례들은 적지 않다. 바이에른으로 이적한다는 것은 분명 특별한 의미가 있다. 적어도 리그 내에서 만큼은 확실하게 공인을 받았다는 뜻이다. 때문에 다른 팀으로의 이적보다 더 많은 주목을 받는다. 이 같은 주목으로 인한 부담을 무난히 극복하고 바이에른 성공시대를 연 선수들은 셀 수 없이 많다. 하지만 끝내 압박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대로 사라진 선수들도 적지 않다. 타팀에서의 성공이 바이에른에서의 성공 역시 보장해 주지는 않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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