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이후 한풀 꺾이는 듯 했던 조류인플루엔자(AI)가 다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AI 경계구역 밖에 해당되는 전남 무안의 토종닭 농장 등에서 의심신고가 들어오는 등 여전히 산발적인 AI 발병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오리매몰지에서 침출수가 유출돼 2차 환경오염까지 우려되고 있다.
전북 고창에서 처음으로 고병원성 AI가 확인된지 20일째인 5일 전남도 등에 따르면 4일 오후 전남 무안의 토종 닭 농장에서 AI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설 연휴 이후 이틀째인 이날 오전까지 AI 감염신고가 접수되지 않는 등 AI 확산 기세는 소강상태를 보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기존 고병원성 AI가 확진된 나주와 영암, 해남 등과 10km 이상 떨어져 경계구역 밖이었던 전남 무안에서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일단 전남도의 간이 항온검사 결과에서는 음성으로 판정됐지만 정밀검사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 또 이날 의심신고가 접수됐던 충북 음성군 대소면 삼정리의 종오리 농장에서 사육하는 오리에서도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주춤한가 싶었던 AI가 다시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자 방역당국은 다시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게 됐다. 특히 지난 3일 오후 충북 진천군 덕산면에서 살처분된 오리를 넣은 PVC통이 새면서 침출수가 유출됐다. 침출수가 유출된 곳은 지난 1일 AI 의심 신고가 접수돼 오리 9000여마리를 예방적 매몰처분한 농가로, 지난 3일 고병원성으로 확진됐다. 날씨가 풀려 유출된 침출수가 토지나 하천으로 흘러들게 되면 2차 환경오염 우려는 물론, 다시 파서 묻어야 하는 번거로움과 예산 낭비도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대형 플라스틱 용기의 70%를 초과해 살처분된 오리를 집어넣고 매립하는 과정에서 침출수가 흘러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환경부와 업무 협조를 통해 매몰지 관리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AI가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살처분된 가금류가 늘어남에 따라 피해액은 급증하고 있다. 4일 오전까지 살처분된 닭과 오리는 118개 농장에서 사육 중인 267만6000마리로 집계됐다. 방역당국은 앞으로도 15만 마리를 추가 살처분할 계획이어서 매몰되는 가금류수는 280만마리에 육박하게 됐다. 이는 지난 2006년 11월부터 2007년 3월까지 104일간 발생한 2차 AI 발생 당시 살처분됐던 280만 마리와 거의 같은 규모다. 더 이상 AI가 추가발생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번 AI 발생으로 인한 피해액은 2차 발생 때와 비슷한 600억원대가 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편 AI 바이러스의 잠복기간이 최대 3주인 것을 감안했을 때 설 연휴 동안 옮겨진 바이러스가 나타날 수 있는 앞으로 1~2주가 고비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