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 김다현 “최근 연기 인생 두번째 전환점 맞았어요” [인터뷰]

입력 2014-02-05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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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김다현(사진=쇼플레이)

뮤지컬 팬 사이에서 ‘꽃다’라 불리는 이가 있다. 꽃 같이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다 하여 별명이 붙은 배우 김다현(34)이다. 최근 그는 뮤지컬 ‘해를 품은 달’에서 조선 최고의 권력을 지닌 왕이지만, 사랑하는 여인 연우를 세자 시절 떠나보낸 훤을 연기한다. 첫 정을 그리워하며 사는 지고지순한 김다현의 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연우를 향한 애절한 마음이 전해지는 듯 순식간에 무대로 빨려들어간다. 때로는 카리스마로 무대를 호령하는가 하면, 이루지 못한 연심에 울부짖는다. 여기에 상투를 튼 그의 얼굴은 멀리서도 빛을 뿜어낸다.

“처음엔 그 별명으로 불렸을 때 ‘왜 이렇게 나한텐 수식어를 포함해 모든 게 외모로만 비춰질까, 열심히 연기하고 노래하는데’ 라는 그런 생각이 있었다. 시간이 지나고 관객의 후기나 기사 등을 접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단순히 지금은 그걸 넘어서 ‘내 플러스알파를 좋게 봐 주시는구나’란 생각이 든다. 때로 30대 초반에는 민망하기도 하고 낯간지럽기도 했는데, 이젠 언제까지 그 별명을 듣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다. 아름다운 꽃을 더 빛낼 수 있도록 그 뿌리 깊은 심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더 집중해 탄탄하게 실력을 쌓는다면 아름다움은 더 빛이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외모를 둘러싼 세간의 시선에 대해 담담하지만, 꾹꾹 자신의 생각을 눌러 신중히 털어놓은 그는 원래 가수 출신이다. 1999년 야다의 보컬로 가요계 데뷔해 얼굴을 알렸다. 그가 속한 야다는 ‘이미 슬픈 사랑’, ‘슬픈 다짐’ 등 히트곡을 보유한 꽤 인기 있는 4인조 록밴드였다. 외모와 더불어 가수 출신이라는 꼬리표, 그에게 무겁게 따라붙지 않았을까.

“처음에 가수였던 친구가 바로 들어와서 작품 주인공을 하니까. 기존 뮤지컬 관계자분들 역시 그렇게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 또한 주인공을 얻기 위해서 또 주인공을 잘 해내기 위해 그만큼 노력했기 때문에 조금 나쁜 시선도 있겠지만, 자신이 충분히 성실하게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 분들 시선도 바뀌더라. 실제로 제 그런 모습을 보고 인정받게 됐다. 스스로 나쁜 시선이 아닌, 자기에 대한 관심과 기대로 생각 하면 좋을 것 같다.”

외모와 가수로서 알려진 이름만으로 쉽게 뮤지컬 무대를 노린 것은 아니었다. 학창시절부터 키워온 뮤지컬 무대에 대한 간절한 꿈이 그를 지금의 자리로 이끌었다.

“사실은 연기를 전공했다. 예고, 연극영화과를 나왔기 때문에 원래 꿈이 뮤지컬 배우였다. 노래하고 연기하는 걸 좋아하다보니, 연기와 노래를 같이 할 수 있는 뮤지컬 배우를 자연스럽게 꿈꿨다. 본의 아니게 가수로 먼저 데뷔하게 됐지만, 활동하면서 항상 뮤지컬 무대를 꿈꿔왔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뮤지컬을 하고 있는 것 같다.”

▲1월 20일 서울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해를 품은 달’ 프레스콜에서 김다현(사진=방인권 기자 bink7119@)

MBC 드라마 ‘금나와라 뚝딱’에서 주연 상철 역으로 한지혜 등과 호흡하고,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서 가창력을 과시하며 우승을 차지하는 등 TV브라운관과 뮤지컬 무대를 종횡무진한 김다현은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 계원예고를 졸업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은사였던 국내 뮤지컬계 원류 남경읍의 영향을 고백했다.

“남경읍 선생님은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셨다. 남경읍 선생님의 뮤지컬에 대한 사랑을 옆에서 봐왔기 때문에 저한테 선생님은 큰 선배이시자, 우리 뮤지컬 1세대시고, 큰 그릇처럼 여겨지고, 절 언제나 지켜봐주고 계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자상하시고 좋은 분이다. 언젠가는 선생님과 무대에 설 날이 오지 않을까 항상 꿈꾸기도 한다.”

그는 남경읍에 대한 인상 깊은 에피소드도 털어놓았다.

“남경읍 선생님이 지도해주셨던 것뿐만 아니라, 제가 선생님의 열정을 많이 배웠다. 제가 연극반장이어서 극장 키를 갖고 있었다. 한번은 수업 끝나고 하교 하는 길에 교내 소극장에서 피아노 소리가 나길래, ‘어? 누가 어떻게 극장에 들어갔지?’ 하고 봤는데 남경읍 선생님이 수업이 끝났는데도 혼자 남으셔서 피아노 연습하고 계셨다. 그 때 선생님이 ‘사랑은 비를 타고’란 작품을 연습하고 계셨었다. 우리 학생들은 ‘어떻게든 빨리 안 끝날까’라고 생각만 했던 때에, 선생님은 그래도 수업이 끝나고 나서도 열심히 연습하시는 모습을 우연히 본 기억이 있다. 선생님의 그런 열정을 곁에서 배웠다.”

뮤지컬 ‘헤드윅’, ‘프로듀서스’를 만나며 비로소 뮤지컬 배우로서 ‘임명장’을 받은 것 같더라고 겸손히 말한 김다현은 2006년 제12회 한국뮤지컬대상 남우신인상을 수상하며 뮤지컬계에서 존재감을 인정받았다. 그는 뮤지컬 ‘폴 인 러브’로 신인상을 받은 당시에 대해 “‘아, 내가 이제 뮤지컬 배우가 됐구나…’란 느낌을 받았었다. 그 때 쯤이 연기 인생의 첫 번째 전환점이지 않았나 싶다”고 이야기했다. 최근 그는 군 제대 후 연기 인생의 두 번째 전환점을 맞고 있다고 고백했다.

“요즘 드는 고민이 있다. 이제 기본적인 발성, 대사, 호흡법 등 테크닉적인 면은 어느 정도 터득을 한 것 같다. 좀 더 새로운 부분을 찾기 위해서 노력을 하겠지만, 더 중요한 건 캐릭터에 맞는 연기를 해야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연기 변신이라고 하지 않나. 제가 새 캐릭터와 만났을 때 얼마만큼 톤 조절과 연기의 변화로 인해 전혀 다른 인물을 창조해낼 수 있을 것일까 최근 연구하고 있다. 배우로서 좀 더 성장하기 위한 하나의 발판이다. 제가 연기하는 게 아닌 캐릭터가 나와서 연기하는 것 같은 실제적인 면을 보이고 싶다. ‘싱크로율 100%’란 말도 있듯이, 그런 부분을 추구하고 있다.”

뮤지컬 데뷔작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통해 일본 무대에 섰던 김다현은 최근 일본에서 단독 콘서트도 열며 뮤지컬 한류 배우로서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김다현은 지난해 ‘해를 품은 달’의 국내와 일본 초연까지 성공리에 마쳤다. 최근 ‘해를 품은 달’에 다시 서고 있는 김다현은 창작극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내비쳤다.

“분명히 10년 후에 좋은 창작 뮤지컬이 나올 것이고, 발전해나갈 것인데 그 10년 동안 누가 그 시행착오를 겪고 진행해왔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그 과정을 제가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나름대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이제는 드라마, 가수의 한류뿐만이 아닌 뮤지컬 배우의 한류 시장이 겨냥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좋은 기회이자 시기라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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