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완전 자본 잠식 상태에 빠져 주권매매가 정지된 벽산건설이 다시 기업 인수합병(M&A)를 추진한다. M&A를 통한 새로운 자금 수혈로 상장폐지 위기를 피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벽산건설은 지난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M&A 재추진하기 위한 허가를 신청했다. 법원의 허가를 받으면 벽산건설은 7일까지 M&A 입찰 계획과 매각 공고를 내고 10∼14일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할 예정이다. 매각 주관사로는 삼일회계법인을 선정했다.
앞서 5일 한국거래소는 벽산건설에 대해 자본금 전액이 잠식됨에 따라 이날 오후 2시 49분부터 상장폐지 기준 해소 사항이 입증될 때까지 매매거래를 정지한다고 밝혔다.
이날 벽산건설은 지난해 영업손실이 1309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11.5% 줄어든 3717억원, 당기순손실은 2838억원에 달했다. 벽산건설은 자본금은 681억원, 자본총계는 -1382억원을 기록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이에 대해 벽산건설 측은 “주택사업 미분양에 따른 대손충당금 증가와 보증채무 등에 대한 충당부채 설정으로 인해 손실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벽산건설 측은 M&A를 통해 새로운 자금 수혈이 자본 잠식을 해소하고 상장 폐지를 막기 위한 유일한 방안으로 보고 있다.
벽산건설은 지난해 중동계 아키드 컨소시엄과 M&A 추진으로 적지 않은 난항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벽산건설 주가는 M&A에 대한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며 급등락을 반복했다.
아키드 컨소시엄이 벽산건설 인수에 나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난해 11월 7일 4560원이던 주가가 같은 달 27일 2만500원으로 345.16%나 뛰었다. 주가가 급등하자 아키드컨소시엄 구성원 간 이익배분을 둘러싼 갈등이 표출됐다. 중동 자금이 수혈될 것이란 시장의 기대와 달리 알다파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국내 투자자들이 자금 조달을 맡기로 한 사실이 밝혀졌고 시장에선 주가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금융당국은 벽산건설 주가조작 가능성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이어 지난 1월에는 대한주택보증이 회생채권의 출자전환 주식 101만6849주(7.46%)를 취득함에 따라 벽산건설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자 벽산건설 주가는 다시 한 번 급등했다. M&A 기대감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올 초 1400원대였던 주가는 지난 23일 3000원대를 돌파하며 2배 넘게 올랐고 이후 4거래일 동안 25% 가까이 빠지는 등 주가는 계속해서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런 상황에서 M&A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M&A가 성공하더라도 상장폐지 기준 해소 사항이 입증될 4월까지는 주권 매매거래 정지가 지속될 뿐 아니라 내달 중순께 법원에 제출될 예정인 변경회생계획안에서 감자비율이 어떻게 정해질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M&A 실패로 상장 폐지 수순을 밟게 되면 개인 투자자들의 돈은 그야말로 허공에 날아가게 된다. 지난해 11월 1일 기준 소액주주의 보유 주식수는 1107만5026주(92.32%)이다. 이들 1만2000여명이 벽산건설에 투자한 금액은 560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