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자회사(KT ENS) 직원이 협력 업체와 짜고 대출서류를 위조해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에서 2800억원의 사기 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금융사들의 허술한 금융 시스템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금융사들은 대기업 이름만 믿고 수년간 이들에게 거액을 빌려줬을 뿐 아니라 금융감독원이 적발하기까지 사기 대출 혐의를 전혀 알지 못해 여신심사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은 6일 “KT의 네트워크 구축 자회사 KT ENS에 삼성 휴대폰 등을 납품하던 중소기업 N사가 KT ENS 직원과 공모해 납품하지 않은 물품을 납품한 것처럼 꾸몄다”며 “N사는 여기서 발생한 허위 매출채권을 자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금융사에 담보로 제시하고 잔액 기준 3000억원 가량의 사기 대출을 받아갔다”고 밝혔다.
납품하지도 않은 휴대폰을 KT 자회사에 납품한 것처럼 꾸미고 외상 대금을 담보로 금융사에서 돈을 빌려간 것이다.
은행들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가공의 매출채권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은 정상적 대출관계가 있었던 데다 일부 은행은 증권사 보증서를 담보로 잡는 등 대출의 사기성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KT ENS가 대기업인 KT 자회사라는 점도 신뢰를 더한 요인으로 파악된다. 금융기관 간 대출 돌려막기를 한 결과 연체 등도 일어나지 않았다.
일부 저축은행 등은 KT ENS 직원에게서 채권 양도승낙서를 받은 것으로도 주장한다. 이 승낙서에는 KT ENS 직원의 서명과 회사 인감까지 있었지만 현재 KT ENS는 매출채권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상황이다.
관련 은행들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은 “당행은 NH에서 구조화하고 신탁기관으로 역할을 한 ABL(Asset Backed Loan)에 2회에 걸쳐 단순 참가은행으로 대출을 실행했다”며 “대출절차 및 심사과정에 문제가 없었고 신탁기관이 발행한 수익권증서를 담보로 대출을 실행했으므로 손실 가능성도 없다”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대출절차 및 심사과정, 신탁자산관리 상에 있어 관련 규정에 의거 정당하게 처리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