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조직·사회, 결국 시스템이 해결책

입력 2014-02-07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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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삼 ‘스스로 움직이게 하라’

“우리 한번 잘 해 봅시다.” 좋은 말이긴 하지만 잠시 반짝할 뿐이다.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언제 그랬던가 싶을 정도로 결연한 의지는 풀어지고 만다. 본래 사람이 그렇게 생겼고 조직도 그렇다.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시스템만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하는 책이 ‘스스로 움직이게 하라’다.

이 책에는 좋은 시스템이 얼마나 위력적인가를 드러내는 풍부한 사례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저자의 제안이 있다. 개인 차원에서 그리고 조직 차원에서 모두 배울 수 있는 방법을 담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인 김종삼은 시스템 전문가로 다년간 컨설팅 업무와 강연 등을 해 오면서 경험한 풍부한 사례들을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다. 풍성한 사례를 접하는 것만으로도 시스템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은 자녀가 다니는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어 본 적이 있는가. 저자는 대부분의 학교 급식이 원가에 비해 질이 낮다고 한다. 반면 전문 업체에 위탁운영을 하는 기업은 다르다고 한다. 저자는 “급식에 있어서는 위탁 업체가 모든 면에서 훨씬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식중독 사건 이후 여론몰이 때문에 학교 급식이 결국 무상급식과 직영 체제로 가고 말았지만 그 폐해가 심심찮게 드러나고 있다고 한다. 현행 체제하에서 그나마 개선 방법은 ‘학교 급식 인증제도’가 한 가지 대안이라고 한다.

저자는 “우리 한번 잘 해 봅시다”가 현장에서 통하지 않는 사례 중 하나로 직원 식당의 잔반 줄이기를 꼽는다. 직원 140명 정도의 조직에서 아무리 노력해도 잔반이 줄어들지 않자 나온 아이디어가 ‘부서별 잔반 실명제’다. 구내식당에 부서별로 잔반통을 가져다 놓고 자기 부서 통에만 잔반을 넣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어떤 부서가 잔반이 가장 많은지 매일매일 그 실적을 공개하자마다 잔반은 현저한 수준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 대해서도 뼈아픈 지적을 아끼지 않는다. 일단 한국인들은 유독 만들어놓은 규칙을 잘 지키지 않는 성향이 있고 즉흥적이고 분위기를 잘 타며 열정적이고 흥분을 잘 하는 경향이 있다. 게다가 무슨 문제가 발생하면 시스템으로 해결하려고 시도하기보다는 사람의 능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어떻게 하면 우리가 가진 단점을 고칠 수 있을까.

4장에서는 시스템을 만드는 8가지 원칙이 제시된다. 평등보다 공정을 우선해야 한다. 전문가가 만들어야 한다. 채찍보다는 당근이 효과적이다. 시스템도 계속해서 진화해야 한다.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 제도보다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단계별로 시행해야 한다. 오래되고 시대에 뒤떨어진 시스템은 과감하게 없앨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아무리 4대강 사업이 좋은 사업이란 확신이 서더라도 시스템이란 관점에서 보면 전면전을 벌이듯 한꺼번에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당시 “왜 저렇게 서두를까” 생각했는데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시범사업을 먼저 해보고 문제점이 있는지 없는지 검토한 후 단계별로 시행해야 한다.” 시스템을 중심으로 우리 조직과 사회를 들여다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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