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넛잡’, 한국 애니시장 봄 열까 -최두선 문화부 기자

입력 2014-02-0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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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은 언제나 찬밥 신세였다. 배우들의 호연과 현실 공감 스토리는 물론이고, 자극적 소재와 반전에 길들여진 관객들에게 애니메이션은 밋밋하기 그지 없다. 심지어 설 연휴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며 흥행질주를 이어온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 대해서도 “애니메이션이 얼마나 재밌겠어?”란 의구심 섞인 질문들이 돌아온다.

그런데 하나의 한국 애니메이션이 그 어떤 ‘1000만 영화’도 해내지 못한 성과를 내고 있다. ‘넛잡: 땅콩 도둑들’(The Nut Job, 이하 ‘넛잡’)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북미지역 3427개 상영관에서 개봉, 4일 만에 2570만 달러(약 274억원)의 흥행수익을 거둬들이며 박스오피스 3위에 등극했다. 미 영화 집계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넛잡’은 개봉 3주차에 흥행수익 5000만 달러(약 540억원)를 돌파했다. 투자배급사 싸이더스 픽쳐스 측은 미국 영화 개봉 기간이 평균 12주인 것을 고려할 때 ‘넛잡’의 북미 박스오피스 수익이 7000만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넛잡’은 승승장구하는 북미시장과 달리 국내에선 흥행에 실패했지만 침체에 빠진 한국 애니메이션에 단비 같은 존재임은 틀림없다. ‘넛잡’은 미국 개봉 전 ‘양치기 소년’이란 말을 들었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본고장 할리우드에 진출해 선개봉한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야말로 ‘계란으로 바위치기’였지만 ‘넛잡’은 디즈니 등 할리우드 메이저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토종 기술력의 매운맛을 과시했다.

70년대 ‘로보트 태권V’, 80년대 ‘아기공룡둘리’를 보며 웃던 우리 아이들은 어느새 미국과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보며 익숙하지 않은 정서에 몸을 싣고 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뽀롱뽀롱 뽀로로’만을 내세운 것은 ‘한국 애니메이션 겨울’ 현주소를 역설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넛잡’은 시작에 불과하다. 아직 우리의 애니메이션 산업은 참담한 겨울이다. 하지만 구원투수 ‘넛잡’을 계기로 꽁꽁 얼어 있던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의 봄이 시작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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