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재 중국대사관이 9일(현지시간) 북한이 ‘만고역적’으로 규정하고 공개처형한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사진을 여전히 홈페이지에 게시해 놓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베이징 외교가는 “이는 단순한 실수일 수도 있지만 최근 북중 사이 냉각 기류를 고려할 때 중국이 의도했을 가능성이 더욱 커보인다”고 해석했다.
북한주재 중국대사관 중국어판 홈페이지에는 2012년 8월 20일 올라온 장성택의 방중 관련 기사 두 건이 여전히 게재돼 있다.
장성택은 당시 제3차 황금평 및 라선시 공동 개발을 위한 북중 개발합작연합지도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경제대표단 수십 명을 이끌고 베이징을 찾아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두 기사는 장성택이 각각 후진타오 전 국가 주석과 원자바오 전 총리를 만나 회담한 내용을 담고 있다. 장성택이 후 전 주석과 회담하고 원 전 총리와 악수하는 사진도 게재돼 있다.
북중관계 전문가들은 “중국대사관이 의도적으로 ‘조선어’로 작성된 장성택 기사를 삭제하고 중국어판은 그대로 둔 것이라면 장성택 처형과 관련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북한은 장성택의 흔적을 없애려 과거 기사 수만 개를 모두 지웠는데 중국이 양국의 통로 격인 주북 중국대사관 홈페이지에 장성택의 사진과 기사를 띄워놓고 있는 것은 난감한 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정부는 공식적으로 장성택 사건에 대해 “북한 내부의 일”이라며 관망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장성택이 오랫동안 북중간 경제협력을 주도하며 중국 측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 지도부가 이번 사건으로 북한당국에 강한 분노를 느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중국대사관 측이 홈페이지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대사관 측이 지난달 6일에도 류훙차이 중국대사의 신년사를 게시하는 등 홈페이지를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점을 고려하면 무관심이나 실수로 인해 빚어진 현상일 가능성은 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