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전 국무총리와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이 당 서울시장 후보직을 두고 본격적인 신경전에 돌입했다. 김 전 총리를 후원하는 친박(친박근혜)계와 정 의원을 지지하는 친이(친이명박)계 사이의 계파갈등이 다시 재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김 전 총리는 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 의원과의 대결에서 승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7선에 경륜 있는 분이기 때문에 경선을 한다면 결코 만만치 않다”면서도 “그러나 저의 고민 사항만 결론이 나면 정 의원 출마 여부는 고려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경선 승리 자신감을 내보인 것이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검토하는 배경으로는 “기존 풍토와 다른 방향으로 사회의 틀을 바꾸고 싶은 바람이 있다”면서 “모든 것을 모범적으로, 그리고 다른 모습으로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사원장 때 지방자치단체 감사를 다 했고, 총리를 하면서도 복지, 재난 등 문제를 관장해서 처리해왔다. (서울시장은) 전체 국정의 틀 안에서 움직이는 일부분이기 때문에 제가 서울시에 대해 모른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이날 지역구인 동작구 주민 40여명과 관악산에 오르며 출마 의지를 다잡았다. 그는 “서울시장에 출마하면 의원직을 내놓아야 하니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자리로 볼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서울에서 국회의원을 하면서 서울 시정에 대해 항상 생각을 해왔고 서울시 전반을 위해 봉사할 기회가 있으면 무엇을 할까도 생각해왔다”며 “요즘 전보다 더 그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 자리도 중요하지만, 서울시장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자리”라고도 했다.
김 전 총리 출마여부에 대해선 “김 전 총리가 이번에 출마를 한다면 서울시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유력한 두 후보가 서울시장 후보경선 참여를 앞두고 본격적인 출마 행보에 나서는 가운데, 이를 계기로 계파 갈등이 불거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당내에서 친박계가 김 전 총리를 지지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정 의원이 지도부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정 의원은 지난 7일 최경환 원내대표를 만나 “친박계가 김 전 총리를 민다는 얘기가 왜 나오느냐”고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의 현행 경선 룰은 대의원과 당원, 일반국민 선거인단 투표와 여론조사 결과를 각각 2:3:3:2의 비율로 반영하고 있어 당내 ‘조직’ 장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은 김 전 총리와 정 의원의 출마가 가시화되자 “당 지도부가 전략적인 측면에서 정 의원과 김 전 총리를 억지로 (경선에) 붙인다면, 이제는 거의 없어져 가는 친이-친박 갈등이 자칫 되살아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당내 주자가 없을 때에는 외부에서 영입하는 게 맞지만 주자가 있는데 일부러 영입하려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