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힐링]혹독한 세월의 시련을 이겨낸 증거 '나이테'

입력 2014-02-1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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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의 가드닝

2013년과 별반 다르지 않은 2014년 새해가 밝았다. 가족들과 함께 아침을 먹던 중 나이에 대해 큰아이에게 설명했다. “오늘부터 민재는 7살이 되었으니까, 동생과 싸우지 말고, 할머니 말씀 잘 들어야 한다.” “왜요? 어제 6살이었는데, 오늘은 왜 7살이에요?” 아이와의 설전이 또 시작되었다. “음… 사람들이 그렇게 정했어. 1년에 한 살씩 먹는 것으로. 그리고 오늘이 나이를 먹는 날이야.” “그럼 아빠가 좋아하는 나무도 한 살을 먹은 건가요?” “아니. 나이테가 만들어져야 하니, 나무는 겨울이 지나야 한 살을 먹는단다.” “나무는 사람이 아니라서 지금 나이를 못 먹는 건가요? 그리고 나이테는 뭐예요?”

나무의 나이를 아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나이테(annual ring·年輪)를 이용하는 방법과 탄소동위법을 이용한 방법(이 방법은 국내에서는 잘 안 쓴다)이다. 이 중 나이테를 이용해 수령을 측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나무를 잘라서 나이테의 수를 직접 세는 방법이다. 둘째, 생장추(Increment borer)를 나무의 중심으로 향해 돌려 넣고 목편(木片)을 뽑아내 나무 중심까지의 나이테를 세는 방법이다. 셋째, 수령측정기(Registograph)를 이용해 수령을 측정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생장추와 유사한 방법으로 사용하며, 나무에 센서가 달린 송곳을 삽입하면 춘재(春材)와 추재(秋材)로 구분된 나이테를 그래프로 볼 수 있어 편리하다. 반면 센서가 약해 노거수같이 심재가 단단한 목재는 사용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이 외의 방법으로는 흉고직경을 측정하고 이 수치를 추정식에 대입해 나이를 추정하는 방법이 있다. 나이테가 생성되는 이유는 우리나라에 4계절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봄·여름에는 빠르게 크고, 겨울에는 서서히 성장하다 보니, 봄·여름은 줄기의 물관 구성 부분이 빨리 자라 엷은 색깔을 띠게 되고(춘재), 겨울에는 생장이 더뎌 짙은 색깔을 띠게 된다(추재). 이렇게 다른 색깔의 고리가 한 쌍이 되어서 나이테를 이룬다. 그래서 나이테는 혹독한 추위(시련)를 잘 이겨냈다는 증표이기도 하다.

“민재야, 나무는 여름에 많이 자라고 겨울에는 추워서 조금만 자라거든. 그때 선이 하나씩 만들어진단다. 이 선 하나가 나무의 나이 한 살을 말하고 그 선을 나이테라고 한다.” 설명이 어려웠는지 묵묵히 밥만 먹는다. “무슨 말인지 알겠니?” “아니, 잘 모르겠어요. 그러면 나에게도 나이테가 있어요?” 벽에 있는 달력을 가르키며 답을 이어간다. “사람은 나무가 아니니 없지만, 저 달력이 12월이 되고 쓸모가 없어지면 한 살을 먹는단다.” 조금 이해됐다는 듯 큰아이가 밥도 안 먹고 내게 집중한다. 그러다 또 질문거리가 생겼는지 눈이 반짝거린다. “아빠! 저는 제 나이가 궁금하면 아빠에게 여쭤보면 되잖아요. 그런데 나무는 말도 못하고, 나이가 몸 안에 있는데, 자기 나이를 어떻게 알아요?” 차마 설명은 못 하고 혼자 속으로 말했다.

‘아들아, 나무는 자기 나이가 궁금하지 않단다. 어쩌면 나이테가 생기게 하는 겨울도 나무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수많은 날들 중 하나일 거야. 왜냐하면 나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 중에서 가장 오래 사는 존재이니까. 그러니 나무를 대할 때는 존경해줘야 한단다. 내가 겪는 시련은 나무가 겪는 것보다 훨씬 하찮은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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